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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경제심리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단어의 구성 때문인지, 보통 '경제'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복잡한 통계수치나 그래프가 아니라, 단순하고 흥미로운 심리테스트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분야는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경제활동을 이론과 사고를 통해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심리학적, 사회 환경적 요인까지 고려하여 분석하고 생각하는 학문이다. 원래 경제적인 행동이라는 것은 완전히 이성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목적을 가진 행동을 말한다. 하지만, 경제학적인 이론, 즉 이성적인 생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행동들이 실제 인간사회와 몇몇 동물들에게서 꾸준히 관찰되고 있고, 이런 관찰 결과들을 설명하기 위해 발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행동경제학, 경제심리학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경제학의 이 분야에서 뿐 아니라, 인간의 '사회성'을 설명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행동학, 심리학, 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 점점 더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행동이나 현상을 본다고 하더라도, 생각의 바탕이 되는 배경지식과 원리들이 각 분야마다 다르다 보니,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나, 분석 결과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신경과학의 경우는 그러한 행동의 기저에 위치하는 생물학적 원인들을 탐구하고자 하는 반면, 경제학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생물학적 원인으로 인해 인간이 가지는 어떤 특성의 결과로 보여지는 '행동'들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열 개의 장으로 나누어 다른 주제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실험 결과들 뿐 아니라, 저자 스스로의 경험까지 풍부하게 예시로써 설명되고 있다. 보상이 어떤 식으로 주어지느냐에 따라 집중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인도에서 실험을 했던 내용에서는 큰 보상에 집착하여 게임을 하는 동안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보인 실제 실험 참가자의 반응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해서 정말 재미있었다. 또,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뒤 본인이 실제로 느꼈던 걱정에서 시작된 '연애시장', '인터넷을 통한 블라인드데이트'의 효용을 다룬 장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역시 책에서, 먼 나라의 내전과 근처에서 발생한 단순한 사고를 비교하며 설명했던 내용처럼, 실제 사건들의 심각도와 상관 없이, 모호하고 실체감을 느끼기 어려운 것보다 가까이에서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특정 사람의 이야기라면 사람들은 그 일에 쉽게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사용된 예시들이 모두 그러하였기에 경제학에는 문외한인 나도 전혀 어려움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심지어 친근감까지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이 책 안에서 설명한 내용들을 실제 그 책을 안에 적용시켜놓았다니 저자는 분명 뛰어난 경제심리학자인 것 같다.

경제심리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인간의 감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비이성적인 행동에 대한 이유를 붙이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소재가 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경제'라는 주제는 여전히 일반적으로 재미있기만 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여전히 다소 복잡하고, 쉽게 다가갈 수만은 없는 '경제'가 우리에게 친한 척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이 책보다 먼저 출간된 '상식 밖의 경제학' 역시 어떤 흥미로운 예시들로 가득할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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