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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제목 한 번 잘 지었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만의 관점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이 책은 반대로 낯선 세상의 눈으로 바라본 나의 모습은 어떠할지를 생각해보라 한다.

그런데 문화인류학이 뭔데? 싶었다. '인류학'이라면 교양과목으로도 자주 열리는 걸 보았고 인류학과가 있는 학교도 매우 많다고 알고 있는데 문화인류학은 인류학과 다른 특별한 학문인가? 그렇다면 인류학자와 문화인류학자도 완전히 다른 사람들인 건가? 솔직히 인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던 나에게 인류학과 문화인류학을 구분하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느낀 이유는 문화라는 것의 정의와 경계가 명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자는 문화상대주의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러한 사상이 세계적으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가 사실은 이미 전 세계가 비슷한 하나의 문화권처럼 서로를 닮아가고 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닮아가는 걸 어느 선까지 놔둬도 되고, 어느 선에서부터 막아야 하는 걸까?

책에 실린 많은 예시들 중 특히 티브족에게 세계적인 고전으로 손꼽히는 <햄릿>을 읽어주었을 때의 내용을 언급하고 싶다. <햄릿>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보였던 반응은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했는데, 그들이 설명하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그들의 시선으로 햄릿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 나름대로의 이해방식이 존재함을 느꼈던 것 보다 내가 그 동안 틀에 박힌 사고방식과 이미 사회에서 제시된 생각을 따라가는 데 너무 익숙해져 무엇이 정말 옳은지 스스로 생각해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던 게 더 컸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왔기 때문에 같은 지구상에 있는 인간이라 하더라도 사람들마다 사고방식, 생활습관 등에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서로를 보면 뭔가 이상하고 어색한 점이 보일 수 밖에 없지만 그 이상함과 어색함 자체가 문제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불편하고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책에 소개되었던 돌도끼를 쇠도끼로 바꾼 호주 여요론트 부족의 이야기만 보아도 그러하다. 그들은 돌도끼를 만들고 사용하는 과정 전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는 사회규율을 따르며 살고 있었는데 선교사들이 가져온 쇠도끼로 인해 그들만의 삶의 방식에 돌이킬 수 없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가 좋은 것이었나 나쁜 것이었나를 묻기 전에 먼저 잃어버린 그들의 본래 삶의 방식이 가지고 있던 의미가 얼마나 중요했었나에 대해 생각해야 봐야 할 것 같다.

문화인류학자들의 현장조사를 통해 쓰여진 글들로 이루어져 전문적인 보고서라기보단 기행문이나 경험담을 풀어놓은 수필 같은 느낌의 글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서문에 써 있던 것처럼 문화인류학 강의를 위한 교재라기보다 다양한 민족지에 실렸던 재미있는 칼럼들을 모아 엮은 이야기책이나 스크랩북을 들춰보는 느낌이었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다양한 나라와 민족들의 문화와 생활습관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부실한 언어교육과 한심한 대학 도서관 시스템 때문에 ..." 책의 앞부분에서 보고 깜짝 놀랐던 문구. ㅋ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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