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구를 죽였는가"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 "Requiem for a species"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에 지구가 녹아내리는 사진이 실린 표지 역시 눈길을 확 끄는 책이었다.
지금은 과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때도 아니고, 영화 <투모로우>의 내용조차도 그리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때다. 당장 어제 오늘 텔레비전에서도 북미에는 엄청난 추위가, 남미에는 엄청난 더위가 찾아와 비상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환경 파괴와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라면 십여년 전부터 정말, 정말로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그 많은 책들 사이에서 이 책은 명탐정인 셜록 홈즈가 뿅하고 나타난 것처럼 지구를 죽인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한 번 따져보자고 하는 것 같았다.
표지부터 강하게 풍겨오던 이런 느낌은 틀리지 않았는데, 과연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과학자, 정치가, 경제인들 간의 얽히고 섥힌 이해관계와 그들의 '말솜씨'를 비판하고, 비난하고 또 불평한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감에 따라 참을 수 없는 문제가 있었는데 저자는 정말 일관성있게도 책이 끝날 때까지 불평과 비난, 비판만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온난화, 기후 변화로 인한 대재앙이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 현재 존재하는 온실가스는 인간의 시간 안에 자연소멸이 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어나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다. 지금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늘어나는 속도를 줄이는 것 뿐이며, 이 사실 역시 모든 지구인들이 알고 있는데, 저자는 '지금 수준으로는 턱도 없다.' 라는, 역시 모두가 알고 있는 이 불편한 사실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고만 있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이 정도라도 하는 게 어디냐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로써는 저자의 이런 태도가 꽤나 불편했다.
저자는 마치 지금 상황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대안, 솔루션이 이미 있는데(혹은 몇년 전에 있었는데) 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특성으로 인해 마음 속으로 인간들이 비극과 파멸을 원하고 있었고, 계속해서 그 쪽으로 걸어가는 중이라는 것처럼 말한다.
물론, 그의 말이 전부 사실일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신 심각한 어떤, 검은 진실이 도사리고 있고, 일부의 사람들이 그것을 가로막고 서서 우린 영원히 그것에 대해 깨닫지 못할 수 있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불평과 비난을 쏟아내면서 정작 그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어보인다. 그래서 읽는 입장의 나에게는 단순히 짜증과 답답함만 유발되었을 뿐이다.
첫 장에 등장했던 문구다.
과학자들은, man who cares about happenings that never hapened. 보다 "양치기소년" 취급을 더 두려워한다.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양치기소년 취급을 두려워하는"사람들을 비난하고 그들에게 불평을 터뜨렸다. 첫 장만 읽었어도 될 것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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