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미국에서 출간된 과학과 언론 간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언제나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것이라고만 생각되는 '과학'계의 실제 모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과 그러한 과학을 일반인들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체로서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치나 문화와 같은 다른 분야보다도 좀 더 전문적이고 특수한 성질을 가진다는 점 때문에 과학을 다루는 데 있어서 언론이 더욱 주의해야 할 점, 언론이 과학의 매개자로써 갖춰야 할 자세, 태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이 점점 사회와 일상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옴에 따라 무조건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 쉬운 개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과학과 언론 각각에서 지켜져야 할 객관성이나 정확성, 그리고 그것들이 사회의 다른 영역들과 가지는 복잡한 관계에 따라 취해야만 하게 되는 태도가 있기 때문에 두 분야의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일전에 과학동아에서 읽었던 과학과 스토리텔링의 관계에 대해 논한 기사도 떠오르면서 과학의 올바른 대중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물론 십년 전 정도보다는 과학에의 진입장벽도 아주 많이 낮아졌고, 과학의 대중성이 역시 훨씬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과학의 대중화는 나아갈 길이 먼 것 같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도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과학 자체가 갖는 몇 가지 특수한 성격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그 과정이 더 더딜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예전부터, 또 요즘 더욱 더 과학이 언론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관심과 진지한 생각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그 관계는 분명히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나의 사례가 여러 군데에서 난잡하게 언급되는 경우가 많아 읽는 중에 산만함을 느끼게도 했고, 책이 출간된 시기가 꽤 오래되어 지금과는 다른 관점이 적용된 부분도 많았지만 저자가 책을 썼던 시기를 고려해가며 읽는다면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이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출간된 게 2010년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90년대에 이미 과학 연구 그 자체의 중요성 뿐 아니라 과학과 언론이 가지는 관계, 과학이 제 역할을 다 하는 데 있어서 언론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이런 깊은 생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늦는 것 같다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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