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사랑한 남자 아마데우 프라두.
그리고 언어 그 자체였던 남자, 그레고리우스.
그레고리우스는 고전문헌학자로 언어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로부터 언어 그 자체, 또 문두스라는 이름으로 불려왔고 실ㅈ로 책 속에 잠을 자는 듯 누워 있는 오래된 글자 같은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말 그대로 정말 '우연히' 마주친 포르투갈 여인 때문에 '아마데우'라는, 이미 죽은 지 오래 된 전혀 알지 못하는 한 포르투갈인 의사에 대해 알고자 자기 삶의 모든 것을 내버려두고 여행을 떠나버린다.
그가 리스본으로 향하는 길에서, 또 아마데우를 향해 가는 길에서 새롭게 만나가는 사람들 하나하나와 그에게 있어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과 의미를 보여주며 달라지는 그 사람들.
문두스의 여행을 통해 그레고리우스, 즉 아마데우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던 한 이방인(이는 독자들도 포함한다)에게 아마데우에 대한 사실들이 새롭게 밝혀지는 것이 첫 번째 이야기고, 아마데우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그레고리우스로 인해 아마데우의 모습에 새롭게 다시 불이 밝혀지는 것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두 가지 이야기보다도 더 중요한, 밑바닥에 깔려있는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는 바로 문두스가 더 이상 문두스나 죽은 언어 즉, 오래된 고문서 속에 존재하는 고어에서 살아있는 사람으로,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부드러운 말로써 다시 태어나게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의 밑바닥에 숨어있다가,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침묵해야하기 때문에 고독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라는 조르지의 말.
그리고 인생이란 우리가 산다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라는 아마데우의 말.
두 말이 마지막 장에 가서 내 생각을 번개처럼 후려쳤다.
(책 249쪽, 만남)
"난 사람들이 납같이 무거운 발로 시간을 묶어두려 한다고 생각했소. 시간이 흐르지 못하도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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