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쓰여진 1960년대에 비해 과학은 점점 더 일상 생활 깊은 곳까지 들어오고 있고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수도 더욱 늘어났다. 하지만 과학을 접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 진지하게 '과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는 제목 그대로 '과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1960년대의 시대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긴 하지만 세 번에 걸친 파인만의 강연을 글로 엮은 것인 만큼, 자연스럽게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한 번도 과학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독자라 하더라도 과학이 어떤 의미와 역할을 가지는 학문인가에 대해 어렵지 않게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과학의 정의에 따르면 관찰한 사실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한 뒤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결론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이 아니라 만들어진 결과만을 과학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과학에 대한 정의는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과학에서는 그 태도 자체가 곧 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신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과학이라고 하면 객관적이고 변하지 않는 사실만을 얘기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하지만 실제 과학의 모습은 영원토록 변하지 않는 진리와는 거리가 멀다. 한 순간 진리라고 여겨졌던 사실들이 끊임없이 불신 당하고 도전 받으면서 새로운 진리(이 역시 일시적인)를 만들어내는 매우 능동적인 과정이 과학의 실제 모습에 더 가깝다. 알려진 사실이나 관찰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계속해서 의심하고 그 의심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파인만이 이 책에 담긴 세 번의 강연에 걸쳐 계속해서 언급한 ‘끊임없이 불신하는 태도’는 ‘과학’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실이라고 알려진 것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경고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 이 책을 통해 곧 과학을 대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는, 의심을 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파인만은 “의심을 할 수 있는 자유”가 과학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의심하기만 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의심을 하는 데 있어서도 기준이 필요하며, 스스로의 가치관과 신념이 바로 이 기준으로써의 역할을 할 것이다. 사실 과학이라는 것은 항상 정직하고 객관적이리라는 편견으로 인해 모든 것의 기준이 될 수 있으리라는 인식을 받아왔지만, 정치나 종교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왔던 것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주관이었다는 것을 오해해선 안 될 것이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신할 것.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 안의 믿음을 잃지 말 것.
‘과학’이라는 것은
우리가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면서 동시에 믿을 수 있는 기준으로써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의 덩어리’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을 통해 ‘과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대하는 데 필요한 태도는 어떤
것일지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진지한 생각을 해 볼 기회를 가진다면 과학이 좀 더 유용하고 의미 있게 쓰이지 않을까.
<책 속 문장들>
혹자는 “어떻게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갈 수가 있죠?”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도무지 이런 질문이 이해가 안 된다. 당신은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가? 내 경우 대부분을 정확히 모르는 채로 살아왔다. 쉬운 일이다. 내가 진정 알고 싶은 것은 ‘우리가 어떻게 점점 알아가게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의심을 할 수 있는 자유는 과학에서 중요한 문제이며,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젊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펩시콜라’
이 모든 방면에서 내가 요구하는 것은 비굴하다 싶을 정도의 ‘정직함’이다. 난 정치적인 문제에서도 좀 더 확실한 정직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더 자유로워질 거란 것이 내 생각이다. 난 사람들이 정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과학자들 역시 전혀 정직하지 못하다. 영 쓸모가 없다. 아무도 정직하지 않으니 말이다. 사람들은 보통 과학자들이 정직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문제는 더 커진다. 정직함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만 얘기하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전반적인 상황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적인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분명하게 전달해주는 것을 의미한다.(143쪽)
과학은 일종의 방법 체계(mechanism)
'敖번 국도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는 내 사랑하는 자요] 헨리 나우웬 (0) | 2014.05.31 |
---|---|
[커넥톰: 뇌의 지도] 승현준(Sebastian Seung) (0) | 2014.05.31 |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0) | 2014.02.09 |
[농담] 밀란 쿤데라 (0) | 2014.02.09 |
140207. 아마도 13년 12월 어느날의. 노트. (0) | 2014.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