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어느 분야에서든 뉴로사이언스가 대세는 대세인가 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뛰어넘어서 이제 인간의 '생각'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대체할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이 생각을 희망이라고 봐야할까? 아니면 단순히 상상이라고 여기고 접어둬야할까?
저자인 승현준(세바스찬 승)박사는 MIT 뇌인지과학과 교수이다.
우리 랩에 세미나를 하러 와주셨는데, 정말이지 자신감 넘치는 젊은 공학도(이미 48세에 가깝다고 알고 있는데..!)의 표상처럼 보였다.
(사실 이런 그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문구를 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p.131, ... 발견이라는 것은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인정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포함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국말이 서툴어서 이 책도 원서로 쓰인 뒤 번역 과정을 거쳤다는 게 아쉽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런 것과 상관 없이 신경생물학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꽤 열심히 읽게 만들만한 책이라는 것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자신의 어려운 이론을 주구장창 펼쳐나간 글이 아니라 신경과학의 기본 개념부터 설명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글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정말, '책을 읽어나갈 때 이렇게 기본 개념부터 착실하게 다져나간 책이라니'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고, 그 점이 놀랍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켄 헤이워드라는 과학자는 신체를 냉동하는 것처럼, 자신의 뇌를 플라스티네이션시키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커넥톰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고 커다란 뇌를 성공적으로 보존하는 팀에게 10만 달러를 수여하는 브라이언 뇌 보존상을 설립"했으며, 이 상은 쥐의 뇌를 보존하는 데 성공할 경우에만도 상금의 1/4을 준다고 한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해냈다는 것 자체는 별로 놀랍지 않다. 하지만, '플라스티네이션 뇌'에 대한 원리 부분에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에 플라스티네이션된 그의 뇌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면, 더 나은 대안이 있을 수도 있다. 그는 큰 뇌, 즉 그의 뇌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미래의 ATUM을 상상했다. 일단 아주 얇은 슬라이스로 자르고 나면, 그의 뇌는 커넥톰을 찾기 위해 이미지화되고 분석될 것이다. 그 정보를 사용하여 헤이워드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트랜센더스>에 나오는 내용 아닌가? 하지만 저자는 이에 대해 곧바로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인체냉동보존보다 더 어처구니없어 보인다. 과연 이런 계획이 정말로 실현 가능할까?"
내 말이 그말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뇌를 그대로 구현하는 것. 얼마나 멋진가? 정말 멋지고 엄청난 아이디어라는 것은 전적으로 200% 300% 동의한다. 하지만, 이게 얼만큼이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생각일까?
뉴러널 커넥토미스와 컴퓨테이셔널 네트워크는 공통점이 아주 많으며,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 둘을 연관시키며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인간의 뇌 신경망은 매우 복잡하지만, 사실 '연결'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모든 게 이뤄진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컴퓨테이셔널 네트워크와 굳이 손에 꼽을만한 다른 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 생각에 아주아주 낮은 실현 가능성을 매기고 있는 이유(혹은, 내가 이 생각에서 온전히 이해를 하지 못하겠는 부분)는
첫째, 우리가 커넥터믹스 혹은 신경계에 '저장된다'고 표현할 수 있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해서 표현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둘째, 커넥터믹스의 연결 문제다.
지난 해 스캇 허친스의 <Working Theory of Love>라는 소설책을 구입했는데, 이 책의 내용에서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나로써는 그들의 저런 생각이 단순화가 많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썩 이해하기 쉽지 않으며,
두 번째 질문을 생각해봤을 때도 이 생각의 실현 가능성이(적어도 현재, 지금 이 시점에서는) 낮다는 걸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커넥토믹스 연결의 문제라고 한 것은, 하나하나의 시냅스들과 그 커넥션들을 파악한다고 해도, 그것들이 영원하지 않고 커넥션 자체 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커넥션의 성격; 그 세기나 방향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변하는데 그것까지 다 파악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계산해낼 수 있는 슈퍼 컴퓨터의 존재가 문제가 아니라 그 가변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것을 다 잡아낼 수 있느냐가 문제라는 거다.
영화 트랜센더스는 뒤로 갈수록 커넥톰쪽 얘기보다는 '나노입자'에 중점이 실리면서 리얼 SF로 치달았지만, (그래서 그 점이 좀 많이 당황스러웠음ㅋㅋ) 점점 더 많은 시선이 뉴로사이언스, 시냅스, 커넥토믹스로 향하고 있다는 점과 엄청난, 혹은 무시무시한! 상상들이 아주 쉽게 이뤄질 수 있는 발판이 지금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 책 덕분에 더욱.
두려운 점이 있다고 해서 억제하고 객관적으로만 보려고 할 게 아니라 그런 무시무시한 상상 속으로 들어가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 역시 이 책 덕분에 더욱, 이다.)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 나의 메모들.. ㅋㅋ
책을 읽은 지 한 달 여만에 독후감을 쓰려니 메모해놓은 것이 무엇을 기억하라고 메모했던 건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ㅋㅋ 책 읽으면서 어떻게든 기록을 해놓는 것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낌 ㅋㅋ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내용을 옮겨 적으며 마무리.
p.230, 한 과학자가 말했다. "이봐, 내가 지금 방금 위대한 실험을 생각해냈어!" 그러자 다른 과학자가 대답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만약 그것이 정말 위대한 실험이라면, 누군가 벌써 했을 거야." ... 과학의 세계는 영리하고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p.238, 적절한 기술이 없으면 과학은 오랫동안 침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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