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엄청난 기계치인 독일인 기자 루츠 슈마허의 기계화된 문명사회 적응기? 혹은 '불만'기?
기계가 점점 발달하면서 하나의 기계가 단순한 한 두가지 기능을 하는 것은 완전히 옛날 말이 되어버렸다.
요즘은 한 두가지 기능으로는 충분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예전의 기계 5~6대가 가지고 있던 기능을 크기는 그보다 5~6배 작은 한 개의 기계가 모두 할 수 있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이 현상-하나의 기계가 과거 5~6대의 기계 역할을 한꺼번에 대신하게 된 것-을 기계가 '단순해졌다'고 해야하는걸까? 기계가 '정말정말 복잡해졌다'고 해야하는걸까?
기계를 이용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을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기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맞서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과연 어느 입장이 좀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걸까?
Ux Design은 모든 사용자가 더 쉽고 편리하게 기계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를 가진 것인데 정말로 기계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어떻게 하다가 만든 사람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을 건드리게 되는 상황이 일어나기가 쉬운 것 같다.
개발자와 같이 기계를 완전히 이해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해결해주지 못한다거나 대처방안을 모르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 때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기계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과 매 순간 연락을 유지하면서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처음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계를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를 예측하지 못한다면 그 기계는 정말 사용자 친화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것이라고 절대 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주 단순해보이는 상황이지만, 각자의 입장은 너무나도 다르다.
아직 우리가 '기계의 사용'에 대해 올바른 시점이나 자세를 확립하지 못했다는 뜻 아닐까?
각자가 익숙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오랜 시간동안의 삶.
그 시간을 거쳐오면서 느끼고 체험해왔던 모든 경험. 그것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현대의 '기계'를 사용하는 태도에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
기계가 얼마나 발전해서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느냐,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이 얼마나 부족해서 어려움을 느끼느냐
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독일이라는 나라와 우리나라는 공기업이나 서비스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나라 전체의 분위기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는 공감할 수 없었고 그 차이점으로 인해 답답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인간의 발전이 기계의 발전을 이끄는 것인지, 기계의 발달을 인간의 발달이 쫓아가고 있는 것인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심각하게 고민하게 한 책이다.
기계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커지고, 기계를 이용해서 '인간성'까지 만들어내려고 하는 사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데에서
영화 'Her(그녀)'를 떠오르게도 했지만, 이 책의 저자 루츠 슈마허는 단순히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만 집중했다는 점이 달랐어서 영화와 비교해보며 생각하니 재밌었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 용으로 웃고, 자신이 기계를 다루다가 곤혹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려보며 공감하고 넘어가기엔 조금 아쉬운, 생각보다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이다! ㅎㅎ 그래서 단순한 독일인 기계치 아저씨의 '불만기'라고 말하기엔 미안하다. ㅎㅎ
'敖번 국도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하우스] 스티븐 제이굴드 (0) | 2014.07.20 |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로렌 슬레이터 (0) | 2014.07.20 |
[내 여자친구는 여행중] 이미나 (0) | 2014.06.10 |
[이는 내 사랑하는 자요] 헨리 나우웬 (0) | 2014.05.31 |
[커넥톰: 뇌의 지도] 승현준(Sebastian Seung) (0) | 2014.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