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가지'라는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반 이상 말해주는 것 같다.
상자 안에 원숭이를 가둬두고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실험을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딸 역시 '상자' 안에 가둬두고 길렀다는 속설이 도는 스키너 박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현재 우리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쉽게 용인되어서는 안 될 잔인하고 비윤리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크게 10개의(내가 여기서 "크게"라고 한 것은, 각각의 이야기 안에서 관련된 다른 실험들의 이야기가 섞여있는 것을 확실히 하고싶어서다.) 심리실험과 그 실험을 행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심리학이라는 분야는 항상 사람들의 흥미와 시선을 끄는 것 같다. 과학적인 접근방법을 아주 많이 배제하고도 설명이 가능한 분야인 것도 같아서이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기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는 존재라서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질문의 대답을 찾기 위한 학문이 아닐까 싶고, 왠만해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얘기들로 가득한 학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심리학 연구 이야기다보니 책에 소개된 10가지의 이야기 모두 실험과 연구내용 자체가 일단 흥미를 끄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이 실험들이 다소 비윤리적이고 이성보다는 감성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자극적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런 재미와 자극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나가서는 안 되는 책이라는 점을 제일 먼저 강조하고 싶다.
저자는 이 10가지 "위대한" 심리실험을 소개하면서 무슨 말을 가장 하고싶었던걸까? 저자가 이 10가지 심리실험을 "위대하다"고 표현하면서 소개하고자 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인류 발전의 역사에, 또는 과학사에 이 실험들이 기여한 것을 설명한 것도 아니었고,
그러한 실험을 했던 과학자들의 삶이나 그들의 생각을 강하게 조명한 것도,
그 실험을 오늘날의 눈으로 봤을 때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를 얘기한 것도 아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로지 저자 자신의 눈으로, 또 마음으로 바라본 지극히 주관적인, 그래서 "위대한 10가지 심리실험"을 말하고 있다.
그녀는 그들의 실험을 비판하고 지적했던 사람들로 인해 그 실험을 실제 수행했던 과학자들은 어떤 느낌을 가졌을지,
과학적, 사회적인 의미를 따지고들기보다 그들이 그 실험을 수행하려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지,
그리고 그 실험을 수행한 뒤 그들이 이뤄내고자 했던 바가 무엇이었을지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윤리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은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거의 배제되어있고, 개인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접근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이 많이 유의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너무 극적이고 감정적으로 감싸안고 심지어 본의 아니게 미화시키고 있는 듯한 모습까지 보여 나는 책을 읽으며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 이 책에 소개된 심리실험들과 그 과학자들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는 것으로 윤리적인 기준이 흐려지거나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저자는 사람들이 소문을 통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벗겨내고 "위대한" 열 가지 심리실험에 대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더하려했던 것이겠지만, 오히려 사실을 놓치고 그 주변을 둘러싼 오색의 구름만을 바라보게 만들 수도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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