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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정말 좋은 과학 책이었다.

그 동안 읽어봤던 과학/기술분야의 책들은 특정 대상을 두고 비판, 비난하는 내용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상반되는 두 의견을 논리적으로 비교해가며 시비를 따지는 경우라면 아주 괜찮은 책에 속했다. 이런 경험을 가진 내게, 여기<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과학>은 정말 오랜만에 만난 '좋은 책'이었다.

저자인 셰리 시세일러는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에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받아 그 질문에 답해주는 칼럼을 쓰고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과학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라도 평소 쉽게 궁금해하고 관심 가질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주 잘 아는 사람 같다. 소재의 흥미로움보다 그녀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제안이 이 책을 좋은 책이라고 평하게 하는 진짜 이유다.

올 해 초 있었던 일본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보며 과학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십 년 정도가 지난 최근 영화로 다시 회자되기도 한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다시 떠올리며 과학자라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남들보다 지식이 좀 더 많다는 걸 이용하는 못 믿을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했을 거다. 그렇지만 여전히 과학은 우리에게 유용할 뿐 아니라 꼭 필요하다. 이런 사건은 과학이 절대적으로 유용한 진리가 아니라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기회다. 이 책은 도구로써의 과학을 어떻게하면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줄기세포 논문보다 좀 더 현실적인 예로 여드름이며 블랙헤드 고민을 싹 해결해준다는 비누를 생각해보자. 그 비누가 정말 좋다는 이유들을 보며 과학 지식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경우처럼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은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지식'을 더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식을 더 갖춘 사람'만의 이기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몸에 배면 아주 큰 손해는 입지 않을지 몰라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이익도 놓치게 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이익을 더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과학을 올바르고 유용하게 쓰는 법을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다. 다들 믿을 만하다고 하는 그 말 자체가 믿을 만한 것인지를 먼저 판단하라는 것. 지금 순간만 생각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트레이드오프를 생각하라는 것. 저자는 '지식'이 아니라 바로 이런 '태도'를 가지기 위한 열 가지 지침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그 지침들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뿐 아니라 과학자, 기자와 같이 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만들어낸 정보의 논리에 휘둘리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생각해봐도 과학자들이 처음부터 조작을 하려는 의도로 연구를 시작하진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일어난 결과를 필연적인 인과관계라고 착각하거나 통계적 숫자들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주 흔하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다. 저자는 이런 경우를 항상 경계하고 매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과 맥락에서 맞춰 트레이드오프를 평가할 것을 제안한다. 

사실 진실에 좀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은 피곤하다. 하지만 이 생각에 대해서도 저자가 알려준 지침에 따라 트레이드오프를 평가해본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쉽게 피곤함을 떨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약간 더 알려고 노력함으로써 남보다 조금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조금 덜 손해를 입을 수 있는데 그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리고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구체적인 사례 여섯 가지를 들어 자신이 정리한 지침을 적용한 부분을 읽고 나면 "글로 배웠어요"로 끝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 이 열 가지 지침대로만 따르면 정말 혼자서도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자신감까지 든다. 뜬구름 잡는 이론서도, 자기 주장만 실컷 떠들고 마는 책도 아닌, 오히려 자기계발서나 실용서적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쓸모있는 책'이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사이트 http://www.dhmo.org/ 직접 가봤는데 ㅋㅋ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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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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