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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은 사람이고 싶다.

나도 차라투스트라의 정오에 가 닿고 싶다.

두 눈을 뜨고 햇빛 줄기를 얼굴에 맞으며 백 년 같은 낮잠을 자고 싶다.

포도덩굴과 늙어 구부러진 노목의 사랑을 보며 행복함을 수면 위에 드리워 모든 유별난 이들을 유혹하고 싶다.


209

달 속의 수도사는 음탕하고 질투심이 많아, 대지와 사랑하는 자들의 온갖 즐거움을 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직한 사람이라면 걸어갈 때 발소리가 나는 법이다.


286

그대가 옳을지라도 그대의 어리석은 가르침은 나에게 손해를 끼친다.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이 백번 옳다고 하더라도 그대는 내 말로 언제나 부당한 일을 할 것이다.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곳에서는 스쳐 지나가야 한다!


314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자들에 대한 나의 사랑은 이렇게 요구한다. 그대의 이웃을 보살피지 마라! 인간이란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다.

그대의 이웃 속에서 그대 자신을 극복하라. 빼앗을 수 있는 그대의 권리를 남에게서 받지 마라!

그대가 하는 일을 아무도 그대에게 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 보라, 보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자는 복종해야 한다. 그리고 몇몇은 자신에게 명령할 수 있지만, 자신에게 복종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398

그는 모호한 자다.

그는 분명하지 않았다. 씩씩거리며 분노하는 이 자는 우리가 자기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고 얼마나 화를 냈던가? 하지만 왜 그는 보다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게 만약 우리의 귀 탓이라면 왜 그는 자신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귀를 우리에게 주었는가? 우리의 귓속에 오물이 들어 있다면, 누가 그걸 넣어두었는가?

제대로 기술을 배우지 못한 도공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다! 그런데도 그가 자신의 항아리와 피조물이 잘못 만들어졌다면서 복수하는 것은 그의 훌륭한 미의식에 거슬리는 죄악이다.

경건함에도 훌륭한 미의식이 있는 법이다. 마침내 그 미의식이 말했다. '이런 신은 떠나라! 차라리 신이 없는 게 낫고, 차라리 혼자 힘으로 운명을 만들고, 차라리 바보가 되고, 차라리 자신이 신이 되는 게 낫다!'"


406

아, 이 자기애는 얼마나 위대한가! 자기 모멸은 또 이와 얼마나 다른가!

그는 자신을 경멸하는 만큼 자신을 사랑했다. 그는 크게 사랑하고 크게 경멸하는 자다.

나는 크게 경멸하는 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인간은 극복되어야 하는 그 무엇이다."


409

"제대로 주는 것이 제대로 받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잘 베푸는 것이 하나의 재주이며, 친절한 장인의 교묘하기 짝이 없는 최후의 기술임을."

"오늘날에는 더욱 그렇다." 자진해서 거지가 된 자가 말했다. "오늘날에는 천한 것들이 모두 거역하고 삼가며 나름대로 ... "


425

나는 그대처럼 자라는 자를 소나무에 비유한다. 오, 차라투스트라여, 오랫동안 말없이 가혹한 조건에서 홀로 서 있는, 더 없이 유연한 최상의 근사한 소나무여.

마침내 자신의 지배권을 행사하기 위해 억세고 푸른 가지들을 내뻗고, 바람과 뇌우며 언제나 높은 곳에 위치하는 것에 당차게 질문하는 소나무.

명령하는 자, 승리하는 자로 보다 강력하게 대답하는 소나무, 이런 식무을 보기 위해 누가 높은 산에 오르지 않겠는가?


436

두려움을 알면서 두려움을 제압하는 자, 심연을 보지만 자긍심이 있는 자가 대담한 자다.

심연을 보지만 독수리의 눈으로 보는 자, 독수리의 발톱으로 심연을 붙잡는 자에게 용기가 있다.


"인간은 악하다." 최고의 현자들은 모두 나를 위로해 주려고 이렇게 말했다. 아, 이 말이 오늘날에도 진실이기를! 악이란 인간의 최상의 힘이기 대문이다.

"인간은 더욱 선하고 더욱 악하게 되어야 한다." 나의 가르침은 이렇다. 초인의 최고선을 위해서는 최고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43

사람들이 웃지 않을 수 없도록 그대 자신을 비웃는 법을 배워라!

그대들 주위에 조그맣고 아름답고 완전한 사물들을 놓아두라.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그것들의 금쪽같은 성숙함이 마음을 치유한다. 완전한 것은 희망을 갖도록 가르친다.


지금까지 이 땅에 있었던 가장 커다란 죄악은 무엇이었던가? "여기서 웃는 자에게 화가 있으리라!"라고 이야기한 자의 말이 아니었던가?

그는 대지에서 웃을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단 말인가? 이처럼 그는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다. 아이마저 여기서 그 근거를 찾아내는데.

그는 충분히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그랬더라면 우리들, 웃고 있는 자들도 사랑했을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곧장 저주해야겠는가?

그 자신이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484

"완전해진 것, 무르익은 모든 것은 죽기를 바란다."

하지만 덜 익은 모든 것은 살기를 바라니! 슬프도다!

고통받는 모든 것은 살기를 바란다. 익고 즐거워하고 그리워하기 위해.

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 보다 높은 것, 보다 밝은 것을 그리워하기 위해. 고통받는 것은 모두 이렇게 말한다.


(페이지는 모르겠지만, 표시해둔 부분들)

자기 자신만을 체험할 뿐이다.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위대한 일을 명령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대의 가장 용서 못 할 점은 그대가 힘을 지니고 있지만 지배하려고 하지 않는 점이다.


"의지는 창조하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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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4부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정오를 맞이한다.

앞부분에 표시해두었던 부분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알았다. 정오에 대한 언급이 앞에서부터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는 걸.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은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초인이 되어야하는 존재라고 강하게 외친다.

하지만 정오를 맞이하며 그는 따뜻한 햇살과, 사랑,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그 행복감을 자기도 모르게 퍼뜨려 모든 위대한 존재들을 유혹하고 만다.


그가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만난 초인은 어떤 것이었던걸까.

난 아마도 약하디 약한 인간 그 자체.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 못 배기는, 연약하고 동정을 필요로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초인이라는 게 아주 강인하고 지혜롭고 모든 것을 극복한, 구역질을 하지 않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구역질을 하지 않는 인간이란 정말 연약한 껍질을 갓 깨고 나온, 끈적거리는 살덩이가 아니었던가.


+ 이 책을 끝끝내 다 읽기까지.

무수한 연장과 재대출! ㅋㅋ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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