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이 세상을 볼 때 어떤 것이 가장 눈에 중요하게 들어올까?
물리학자가 아닌데다 쉽게 감상에 젖어버리는 종류의 사람인 나는 세상을 바라볼 때
파란 하늘이나 노란 꽃의 색깔 같은 것이 가장 중요하게 들어온다.
그것들이 왜 그런 색을 띠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흘러가는가하는 의문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관찰하는 것이 좋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진다.
나와 다르다, 혹은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다라고 판단하기는 섣부른 것 같고,
이 책을 통해 판단한 물리학자들은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물질들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걸까?'
하는 의문을 세상을 바라볼 때 항상 가지고 잇는 것 같다.
스티븐호킹은 그들이 이런 의문을 가지는 이유, 왜 이런 의문이 중요한가
또 그 의문을 왜 하필 물리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며,
물리학자들이 이런 의문을 풀기위해 애쓰는 방식과 그들이 이 의문을 풀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나름 재미있고 쉽게 글을 풀어내려고 했지만 전문용어로밖에 쓰일 수 없는 그 용어들은 물리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깊이있는 생각을 해보기 어렵게 한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좀 아이러니한 것이, 문외한인 사람들이 그 분야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잘 아는 전문가들보다 더 쉽게 받아들이고 따라서 더 자유롭거나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친구가 내가 이 책을 읽는 속도를 보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넘어가냐고 놀라며 물었다.
그 친구는 물리학적인 논리의 흐름을 따라 옳고 그름을 머릿속으로 비교하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지만,
나는 그럴 수 있는 지식이 없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글자를 받아들이며 철학적인 배경만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난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전문용어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알게되진 못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이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글솜씨는 매우 훌륭했다 평하고 싶다.
스티븐 호킹은 그러한 물리학적 지식을 전달하려는 마음은 없어보인다.
그는 물리학자들이 어떤 이론을 제시하고, 그 이론을 설명 혹은 증명하기 위해 어떤 시도들을 했는지를 얘기해주면서
그 밑바탕에 놓인 철학적, 역사적 배경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보일 뿐이다.
왜 이 세상은 이런 식으로 생겼는가?
이런 식으로 생겨질 수밖에 없었는가?
어떤 의미와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 어떤 '존재'의 의도가 들어간 것이 아닐까?
그 '존재'는 무엇이며, 정말 '존재'가 '존재하긴'하는걸까?
스티븐 호킹은 이 책을 통해 신을 떠올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 질문들의 논리 흐름을 물리학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설명하고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책의 제목인 '위대한 설계'는 누가 했을까?하는 것.
그리고 그 대답은 바로 '자연'이 한 것이라는 것.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 없다를 떠나서 물리학자들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것, '자연이 한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며,
그 '자연이 한 일'이 곧 '위대한 설계'라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따라 삽입된 그래픽들 역시 화려하고 정교해서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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