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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를 보셨는지?

<쥬라기 월드>는 보지 않으셨더라도 '흔한 반도의 애견샵 알바'가 올린 패러디 동영상은 한 번쯤 보시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패러디 동영상을 보고서야 필자가 깨달은 바가 있는데, ''아. 영화 <쥬라기 월드>의 포인트는 잡종 공룡의 탄생도, 랩터들의 의리(?)도 아닌 "I'm not afraid of you"를 섹시하게 외치는 오웬의 동작이었구나'하는 거였다.


십여년도 전에 나왔던 전작 <쥬라기 공원>이 워낙 대작이었던데다 3D, 4D로도 개봉하면서(사실 요즘엔 상당수의 영화들이 3D, 4D로 개봉되어 특별할 것도 없어졌지만) 개봉 전에 기대감이 꽤 높았던 것 같은데, 정작 개봉 후 관람객들에게서 쏟아진 말은 스토리가 이게 뭐냐는 둥 공룡이 그렇게 생긴 게 맞긴 하냐는 둥 하는 구박 뿐이었던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마블스의 신데렐라라는 호칭까지 얻은 오웬 역의 배우 크리스 프랫 역시 역할이 오글거린다는 평과 함께 다양한 패러디물을 선물받았고 말이다.(개인적으로 필자는 꽤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I'm not afraid of you!! 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쥬라기 월드>가 꽤 재미있었는데 그 이유는 스토리라인이 좋아서도 아니고 반박할 여지가 없이 과학적 사실을 잘 보여줘서도 아니다. 두 가지 면에서 이 영화의 별점을 매기자면 솔직히 별 다섯 개 만점에 반 개도 줄 수 없다. 이 영화가 재미있었던 건,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필자는 이 정도의 공룡 영상을 영화관에서 처음 봤다는 사실, 그거 하나 때문이다.

많은 관람객들은 과거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나왔을 때 이미 필자가 <쥬라기 월드>를 보고 느낀 재미와 놀라움을 충분히 다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쥬라기공원이 영화화되어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것이 정확히 1993년 7월 17일(어멋 쓰고 보니 오늘과 같은 날짜네.)이라고 하는데, 그 때라면 이 정도 스토리라인에 그만한 공룡 영상을 보여주는 영화라면 지나칠 정도로 획기적이지 않았겠는가. 요즘은 사정이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는데 감독은 아무래도 영화 속 랩터들처럼 관객들 역시 마냥 의리있을거라고 생각했나보다.


관객들은 당신을 먹잇감으로 생각할 뿐이라고!

(출처: dvdprime.donga.com)


무튼, 영화가 욕을 먹는 와중에 영화에 등장하는 벨로시랩터라고 추정되는 공룡의 화석이 발굴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발굴된 1억 2천 5백만년 전의 거대한 공룡 화석은 영화에 등장하는 공룡, 우리가 요즘 볼 수 있는 파충류인 도마뱀처럼 매끈한 피부를 가진 녀석이 아니다. 이 화석은 마치 새처럼 온 몸이 빽빽한 깃털로 덮여있다.

사실, 깃털 달린 공룡의 화석은 지난 20년 동안 수천 조각이 발견되어왔을 정도로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이번에 발굴된 화석 공룡인 '첸유안롱'(이 이름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 화석을 처음 발견한 건 라이오닝 지역의 농부였는데, 발견된 화석을 그 지역의 박물관에서 보관했고 그 박물관의 관장 이름-첸유안 선이라고 한다.-에 용龍자-중국어 발음이 롱, long-를 붙인거라고 한다.)은 처음으로 전체 형태가 보존된 화석으로 발견되었으며 날개와 깃털이 달린 공룡 화석 중 가장 커다랗기 때문에 눈길을 끈다. 하지만 첸유안롱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벨로시랩터가 그 동안 과학자들로부터 날 수 있는 공룡이었으리라 추측받아왔던데다 첸유안롱 화석의 날개 형태가 완벽하고 현대의 새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모양의 깃털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이 깃털이 하늘을 날기 위한 구조물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반전매력!!!).

첸유안롱이 가진 깃털은 하늘을 날기에는 지나치게 짧고 여러 층으로 피부를 빽빽하게 덮고 있으며, 몸집도 길이와 크기가 각각 1.65미터, 20킬로그램으로 절대 하늘을 날만 한 덩치는 아니다. 과학자들은 첸유안롱이 가진 깃털은 짝짓기를 위한 과시용, 알을 품어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용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한다. 공작이나 타조, 펭귄이 그러는 것처럼 말이다.

좀 모양 빠지는가?

그렇다면 한 가지 더. 이 깃털달린 날개가 오로지 과시용이나 알 전용 덮개로만 쓰였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물론 그렇다고 이 두 역할이 모양빠지는 일이라는 건 아니다! 짝짓기와 알품기는 다음 세대가 이어지게 하는 얼마나 중요하고도 위대한, 모든 생물의 삶의 목적이고말고!). 남가주대학의 고생물학자 마이클 하빕(Michael Habib)은 가파른 경사를 빠르게 오르거나 절벽같은 곳 끝에서 뛰어내릴 때 이 날개 구조물이 역할을 했을거라고도 한다. 

더 모양빠지나, 괜히 얘기했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첸유안롱. 여기서 그만 떠들어야할 것 같다.


첸유안롱에 관한 내용은 오늘(2015년 7월 17일)자 사이언스 지에 마이클 발터(Michael Balter)가 쓴 기사-아래 링크를 통해 더 읽어볼 수 있다.

<'Big Bird' dino: Researchers discover largest ever winged dinosaur> by Michael Balter. Science| DOI: 10.1126/science.aac8858

링크: http://news.sciencemag.org/biology/2015/07/big-bird-dino-researchers-discover-largest-ever-winged-dinosaur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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