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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심해지고 있네, 오존층이 파괴되네,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있네 하는 얘기가 나온지 벌써 10년은 더 지났다.

할머니가 기우시던 구멍난 이불처럼 오존층에 난 구멍도 손쉽게 꿰매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연히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만 오존층에 뚫린 구멍을 처음 발견한 지구인들이 마냥 놀라고 당황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이불에 난 구멍에 손가락을 쑤셔대서, 버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질 상태로 되는 것만은 막고자 노력했다. 이불에 구멍이 나도 가만가만 잘 사용하면 꽤 몇 년은 더 쓸 수 있는 것처럼 오존층에 난 구멍도 더 커지지 않게 하자고, 그리고 웬만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해보자고 했다.


필자가 다닌 초등학교는 에너지절약 시범학교로 지정된 곳이었어서 매 학기마다 에너지 절약과 지구 환경 보전을 주제로 하는 온갖 글짓기와 체험활동을 했었다. 초딩들은 어른도 아닌 것이 어린이도 아니요,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모르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은 - 정말이지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생물체들이지 않은가. 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게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지구 온난화가 어째서 일어나는지, 그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아는 바가 하나도 없으면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되었고,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 대해 매 순간은 커녕 전혀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도 않았건만 어떤 행동을 할 땐 왠지 모를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된 것이다.

사실 이건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지구를 지키자는 움직임은 의미도 목적도 알지 못한 채 글짓기를 하고 그림을 그려 제출하던 초딩 하나에게 일어났던 일과 같은 효과를 어른과 어린이, 건강한 이와 병든 이를 막론한 모든 지구인에게 영향을 미쳤일으켰을 것이다. 이런 영향력과 움직임은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고(계속해서 잘 되고 있는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 뭔가 효과가 있긴 있었기 때문에 오존층이라는 이불에 난 구멍의 크기가 더 커져서 그 이불을 내다 버려야겠다는 엄마의 푸념 섞인 목소리를 아직까진 듣지 않고 지낸 게 아닐까 생각한다.(정말이긴 한가? 그렇다면 다행인건가?!)


그러나, 그 이불을 내다 버리라는 푸념이 안 들린다고 해서 영원토록 이불이 변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 때 났던 구멍은 더 커지지 않았을지 몰라도, 다른 데 구멍이 났을 수도 있고 구멍 자체는 그대로라도 구멍 아래의 솜이 헤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하는데, 지금 지구에서는 바로 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는 계속해서 녹고 있고 오랜 시간동안 이런 현상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감각은 점점 무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육지가 물에 잠기고 해류가 변화하여 기후가 어쩌고 저쩌고.. 여러가지 문제점을 많이 들어보았을 거다. 물론 문제다. 아주아주 중요하고 큰 문제임에 맞지만, 그 빙하 위에 두 발도 아니고 네 개나 되는 발을 딛고 사는 녀석들이 있다. 그럼 빙하가 사라지면 이 녀석들은 어떡하나? 바닷속에 네 발을 담그고 휘저으며 버텨야하냐는 거다.


사실 북극에도 여름이 있긴하다. 여름이 되면 빙하가 겨울보다는 좀 더 녹았고, 북극곰들은 얼음 위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해안가에 지내면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바다표범을 사냥하기도 하며 지냈다. 문제는 그 여름이 너무나도 길어졌다는 거다. 여름은 길어졌지만 바다표범도 그 길어진 여름만큼 수가 늘어났거나 더 오랜 시간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다보니 북극곰이 굶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녀석들이 마냥 굶고 있는 게 아니라 나름의 대응책을 세워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그냥 짐작한 게 아니라 관찰을 토대로 한 의견이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길어진 여름 동안 해안에서 지내는 북극곰들이 바다에 더 자주 들어간다거나 수영을 더 오랜 시간 하지는 않는다는 걸 관찰했고, 이는 북극곰들이 나름대로 반-동면 상태 혹은 반-무기력한 상태를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해안가에 사는 북극곰들과 얼음 위에서만 지내는 북극곰들을 비교해본 결과 그들의 움직임, 체온 등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날이 더워지고 더운날이 길어져도 북극곰들은 그런 변화에 전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들은 더우면 더운대로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픈대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거다.

동물원에 사는 해달에게도 여름이면 얼음덩어리를 던져주면서 북극에 사는 북극곰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잘 하리라고 믿었던 근거는 대체 뭔가 . 우리가 북극에 어떤 짓을 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원래 너희가 살던 곳이니 너희가 관리해야한다고 생각했던건가? 그 녀석들에게 있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냥 있는 것 뿐인 듯하다. 배가 고프지만, 먹을 게 없으니 어쩌겠어. 참아야지. 참다 참다 안되면, 또 어쩌겠어. 굶어 죽는거지. 별로 남 얘기같지만은 않다. 안일하게 보내는 하루하루에 비해봐도. 원래 우리가 살던 곳인, 지구를 떠올려봐도.


<Polar bears can't hibernate their way out of starvation> by Emily DeMarco. Science| DOI: 10.1126/science.aac8865

<summer declines in activity and body temperature offer polar bears limited energy savings> J.P.Whiteman et al. Science| DOI: 10.1126/science.aaa8623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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