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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 예전의 나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뱉어내는 수준이었던 것 같다.
꿈꾸는 과학에 들어가고 첫 번째 서평을 쓰면서 긴 글을 처음 썼던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쓰는 거구나, 글이라는 게 생각을 정리해서 풀어내는 거구나, 라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던 거다.
예전의 글들을 보면 이게 무슨 말이지? 대체 무슨 생각, 무슨 느낌을 받았던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요즘은 다시 쓰기를 반복하고 있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이든 다른 사람이 내게 한 말이든, 똑같은 말을 두 번 듣는 일은 참 무섭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사흘에 한 번씩 같은 말을 듣고 있다.
아침에 걸려온 전화, 새벽에 보내진 메일.
그것들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원래 이렇게 연습하는건가? 이렇게 배워가는걸까? 그렇겠지. 그렇겠지만, 내가 뛰어난 학생이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 때문에 무게가 쉽사리 가벼워지지 않는 것 같다.
많이 읽어야 쓸 수 있다.
많이 들어야 말할 수 있다.
오늘 친구들이랑 얘기하다가 드디어 깨달았다.
이 간단한 한 문장을.
나는 질문이 있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꼭 이 방이 아닌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다른 방이 더 쉽고 빠르게, 그리고 밝은 조명 아래서 답을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난 이 집을 떠나지 않는다. 다만 방을 옮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