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고 나니 다음 일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정말이지 여행만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딱 맞는 일도 없다.
마음을 먹고 떠나자, 고 정한 날은 1월의 마지막 주. 평일이었지만, 우리 네 사람 모두 아무렇지 않게 일정을 비워냈다(이렇게 쉬울 줄이야).
솔직히 스스로 많이 놀랐다. 어디도 가지 못 할 것처럼 생각해왔고, 주말이고 저녁이고 모든 시간을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데, 그게 아니면 논문을 읽고 공부하는 데 쓰고 있었던 내 자신에게 "꼭 그랬어야 했어? 그 동안 대체 뭘 한거야?". 질문이 쏟아졌다.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들이었다.
시간은 얼마든지 늘어난다. 그게 바로 시간의 특성이다. 우리가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면 시간은 그 한 가지 일에만 꼭 들어맞게 오그라들고 만다. 하지만, 우리가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벌리고 그 일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시간은 그 일에 맞게 늘어난다. 절대 끊어져 터져버리거나 하나밖에 붙들지 못해 용을 쓰다가 나머지 두 번째와 세 번째 일들을 튕겨내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시간의 줄이 끊어져 터져버리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잘 모르겠다. 시간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건가? 그럼 더 좋은 일 아닌가? 풉.
무튼 날짜를 정하고 어디로 떠날지를 살펴봤다.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나도 많은 것이 변했기 때문이다.
가족여행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모두의 목적'이 아니라, '각자의 목적'이다. 각자 어떤 바람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모두가 공유해야만 한다. 대부분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 삐그덕거림이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 상대방을 이해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바람이나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기 위해 내가 노력을 기울인다거나 희생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기대와 바람을 그저 '안다'는 것. 그것이 이해하는 것이다. 알기만 하면 된다. 그 다음은? 저절로 흘러간다. 이게 참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여기서 또 다시 한 번 이 말을 한다. 여행만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딱 맞는 일이 없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일을 처리할 단 한 사람이 필요하다.
돈을 쓸 사람. 이번 가족여행에서 이건 나였다(하하하하하....)
사실, 여행지에 대한 정보, 즉 꼭 봐야할 관광지가 어디인지 맛집은 뭐가 있는지를 찾아보는 일 말고, 실제 숙소에 예약을 하고 결제를 하고 교통편의 시간을 조사하고 티켓을 구매할 사람은 딱 한 명이면 된다. 물론 여기서 실제 '지갑'이 될 사람은 따로여도 좋다. 하지만, 이 경우 결제하는 사람에게 지갑을 그저 통째로 맡겨야한다. 이 부분이 여행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래서 혼자 가는 여행이 편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돈을 쓸 사람, 즉 행동대장도 정해졌는가? 그렇다면 준비 완료다. 이젠 당장 떠날 수도 있다.
'天변 도로 > 후쿠오카 가족여행, Jan.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숙소 예약 - 재패니칸 이용. (4) | 2016.02.25 |
---|---|
세부 일정 정하기+여행책자 구입 (0) | 2016.02.24 |
여행지 탐색 (0) | 2016.02.24 |
여행지 정하기 + 여행 전에 꼭 준비할 두 가지. (0) | 2016.02.24 |
10년 만의 "가족여행". (2) | 2016.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