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여분의 시간이 남아서 도서관엘 들렀다. 서가를 훑어볼 마음으로 쑥 들어갔는데, 서가 앞에 서자마자 내 눈높이에 딱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좋은 기사를 위한 문학적 글쓰기: 저널리즘 문장론". 세상에, 이 책이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싶었다.
보통 '기사쓰기'라고 하면 짧고 간결한 문장. 글쓴이의 주관이 배제된 객관적인 사실의 나열. 일체의 수식이 없는 건조한 글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박래부 전 동아일보 기자는 기사라는 글에 대해 그런 편견을 버릴 것을 주장한다. 그는 문학적 글쓰기를 기사에 도입하자고 한다.
나 역시 기사를 쓰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 자신을 위한 글쓰기, 객관적인 설명문 쓰기, 기사쓰기. 내가 쓰는 글의 종류는 크게 이 세 가지라고 볼 수 있는데, 세 가지 다 너무 다르다. 형식도 구조도 다루는 주제도 다르지만, 글을 쓰는 데 있어 내가 항상 주의하는 것은 나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저자가 결국 독자에게, 또 기자 지망생들에게 가르쳐주고자 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글 스타일을 찾을 것. 문학적 글이라 하면 글쓴이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을 말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 사람의 스타일/문체는 이러해. 라고 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즉, 기사라고 해서 획일적인 형식과 목소리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문체를 가져라, 고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쉽게 비유하자면 만화(요즘은 웹툰을 예로 드는 것이 더 쉬울듯하다)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만화가나 웹툰 작가들을 보면 자기만의 '그림체'가 있다. 한 작가가 한 시리즈가 끝나고 다른 연재물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독자는 그 작가가 어떤 작가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 사람의 그림체가 있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글체'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가 아기때 옹알이를 하면서 말을 배우고, 주변 환경과 여러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말투를 형성해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체도 서서히 자라난다. 마치 뭉툭하고 개성없는 돌덩이를 깎아 어떤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써봐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많이 읽어봐야한다. 말을 배울 때 많이 얘기해야하는 것, 또 그 전에 많이 들어야 입이 트이는 것과 꼭 같다.
구양수의 삼다훈(三多訓);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 多讀 多作 多商量'
여기에 덧붙이자면 누구나 잘 쓰려고 노력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글쓰기를 마법이나 천부적 재능의 소산처럼 여기지만, 글쓰기는 천부적 재능이 아니다.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재능이다."
새뮤얼 프리드먼(Samuel G. Freedman) - 3장 사회부 기사(75쪽)
여기서 주의했으면 하는 점이 하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캘리그래피'와 글쓰기는 다르다. (당연히 다르지 무슨소린가 싶겠다.) 둘의 사전적 정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캘리그라피는 처음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떤 글씨체를 보고 따라하며 연습한다. 그러다가 매우 숙련되면 자기만의 글씨체를 개발하게까지 된다. 하지만 글쓰기는 무작정 남의 글체를 따라하다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경우 그저 미사여구만 남발하는 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글에 담을 것. 굉장히 어려운 것 같지만 내가 말하고 생각하는대로 솔직하게 글을 적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사실 가장 쉬운 글쓰기 방법이 나만의 글체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이에 더해 이 책에서는 기사의 종류 별로 꼭 들어가야 할 요소들, 기사의 성격에 따라 글의 형식이 어떻게 달라져야하는가와 같은 기본적인 글쓰기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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