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열기에 녹아드는 치즈처럼, 마음이 따뜻하게 즐거워지다가 간질간질해지는 책!
초등학생들이 한 질문에 과학자, 철학자, 작가 등 전문가들이 대답한다. 초등학생들이 과연 어떤 질문을 했을까?
아이들이 한 질문은 얼른 대답하기 쉬운 게 별로 없었다.
왜 아이들의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더 어려운 걸까? 아이들은 아직 보고 들은 것이 적어서 더 많이 설명을 해야하기 때문에? 난 진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모르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안다. 그래서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은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해주다보면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리기 쉽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해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아이들이 아는 게 적은 것이 아니라 많이 배우고 안다고 생각한 어른들, 우리들이 아는 게 정말 없는 것일 수도 있는 거다. 알려주는 대로만 생각하다보니 단순히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는거다.
여기서 우리가 너무 남에게서 평가받는 삶에 익숙해져버린 것은 아닐지 질문해본다.
내가 궁금하고 원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하는 일은 절대 평생토록 즐거울 수 없다. 책에 실린 질문을 보면, 아이들은 세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말고(물론 그것과 다른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이 내 관심사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당연히도.) 내가 궁금한 것, 내가 원하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 역시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것이 사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당신이 초등학생 때 가졌던 의문 중에는 혹시 떠오르는 게 있는지 궁금하다. 그 중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있진 않은지도.
나같은 경우 번개를 잡을 수 있는지. 번개를 만드는 게 구름이라면 건전지 안에 구름을 만들 순 없는지 궁금해했던 게 떠오른다.
이제는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서 이게 정말 가능할지 아닐지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또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정말로 찾아보거나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 이후로는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난 여전히 이 질문의 대답에 대해 모른다. 생각하기를 그만둔 때문이다.
책의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들에게 괴상한 질문은 없었다."
세상의 모든 질문은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질문을 찾기 위해 존재한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질문을 찾고 찾고 또 생각해내느라 재미가 멈출 날이 없을테다.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해줬다. 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이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었는데, 이 전문가들 역시 이런 생각을 답변에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가끔은 아이들이 한 질문에서 정작 물어본 것이 아닌 다른 설명으로 대답이 끝나버리는 것 같은 경우도 드물게 있어 아쉬웠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책에 쓰인 그들의 대답을 보며 나만의 대답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과학용어의 번역이었다. planet을 행성이 아닌 혹성이라고 번역했는데, 요즘은 행성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지 않나..? 아무래도 어색하게 느껴져셔 찾아봤더니 혹성은 일본에서 쓰는 단어라고 한다. 그래서 의미는 틀리지 않지만, 혹성이라는 말 대신 행성이라는 말을 쓰는 게 좋다고. (http://korean.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433207&ctg=)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프로젝트를 하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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