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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가 쓴 생물학 이야기.

다섯 개의 주제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생물학 공방이라는 제목처럼 크게 보면 생물학 얘기인데, 생각보다 깊이 있게 들어간 내용의 수준을 생각해본다면 각각의 소주제가 다루는 분야는 아주 관련있어보이진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럼 뭐 어때? 오히려 그래서 더 재밌었을지도 모른다.


저자인 김명호씨는 과학이 너무 재밌다고 말한다. 하나 하나 알아가다보니 너무 재밌고 궁금해서 논문까지 탐하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맞다. 내가 과학을 공부해서가 아니라, 과학은 정말 재밌다. 그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렵기도 하다. 천도복숭아가 무지 맛있는데, 가운데 낀 씨가 너무나도 딱딱하고, 상황파악도 못하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과즙 때문에 잘 먹기가 무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천도복숭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께는 죄송)


김명호씨가 이걸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어서 자신이 관심가는 방향으로 계속 파고들어 공부를 한다. 다섯 챕터로 구성된 만화에서 한 챕터 내의 이야기 흐름이 김명호씨가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 그게 재밌었다.


에필로그에서 김명호씨가 이런 얘기를 했다. 만화책이라고 해서 꼭 쉬워야 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서 꼭 과학을 겉핥기식으로만 다룰 필요는 없다고. 이 말에 정말 감동받았다. 내가 좋아하면, 좋아하는 마음에 자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걸 지켜줘야한다. 김명호씨는 과학에 대해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감동적이었다.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엄청난 능력이고, 꼭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기술이다. 그런데 우리는 '쉽게 설명하기'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어렵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으면 무조건 건너 뛰거나 정말 지독하게 말도 안되는 비유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면 '이건 설명하기 너무 어려워. 설명해줘도 이해 못할 거야. 그냥 받아들여.' 식인 거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학책들은 다 너무 유치하거나 지나치게 어렵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후자는 전문가들이나 보는 논문들이고 전자는 초등학생(요즘은 워낙 어려운 것들을 일찍부터 많이 배우니 초등학생들이 보기에도 너무 쉬울지 모르겠다)이나 보는 책이겠다.

다시 천도복숭아를 두고 얘기해보자면, 천도복숭아에서 씨도 빼고, 껍질도(심지어 나는 껍질을 제일 좋아하는데.. ㅜㅜ) 벗기고 아주 잘게잘게 썰다 못해 갈아서 죽을 만들어서 떠먹여주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그냥 그 씨도 씹어먹어! 하는 거나 다름없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김명호씨가 이 책을 통해 딱 그 중간을 잘 찾아주신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아주 즐거웠고, 굉장히 감사했다. 배울 점이 아주아주 많았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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