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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비둘기가 떼로 몰려들어 모이를 쪼고 있는 듯한 그림이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표지 그림이 그렇게, 끔찍해보일 수가 없다.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잔혹하거나 너무 징그러워서는 아니다.
정말로 '멍충한'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아주 약간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고, 그래서 충격적이기도 할 뿐이다.
한승재씨는 아마도 이야기를 지어내고 들려주기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일 것 같다.
너무 심오하지도, 그렇다고 인물의 성격도 모르겠게 가볍지도 않다.
그런데 결말이 너무 모호했다. 그냥 그렇게 재밌게 따라 읽다가도, 어떻게 끝난거지? 의문이 남는다.
어떤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어서 결론을 찾기 어려운 게 아니라 그 스스로 결말을 내리지 않은 것 같다.(결말이 필요없는 이야기였는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그저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좋아하는 것일 뿐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소설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보면, 그 안에 등장하는 멍충한 사람들, 엄청 멍충한 사람들은 사실 멍충한 사람들이 아니다.
왜냐면 자신의 멍충함을 스스로 깨닫기 때문이다.
진짜 엄청 멍충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멍충하다는 걸 절대 깨닫지 못한다.
얻어걸린 운을 얻어걸렸다고 시인하고, 우연히 일어난 일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라고 털어놓는 사람들.
어쩌다 생긴 좋은 일, 잘 된 일에 자신의 숟가락을 얹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게 아니라 순순히 자신의 멍충함을 인정하는 이 소설 속의 사람들은 사실 엄청 똑똑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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