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포스터는 집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는 사람 같다. 또, 인간관계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 같다. 그의 삶을 살펴봐도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집을 사랑하는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그는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소설은 허구이고 공상이다. 하지만 E.M.포스터의 소설은 마냥 상상력의 산물이라고만 하긴 어렵다. 그의 소설은 모두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고, 그의 삶의 철학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전망 좋은 방'에 비한다면 이 소설은 더 '닫힌' 느낌을 준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과 그들의 마음들이 꼬이지 않으면서도 결국엔 모두 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꼬임 없이 매끈한, 하지만 그 크기가 꽤나 큰 고리를 따라 오래 오래 걷는 느낌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또 좀 더 강하게 자신의 철학을 피력한 소설같다. 이 생각은 표지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그저 연결하라' 라는 한 마디 말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끝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는 얘기을 하고 있다.
이 세상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 그러나 이 복잡한 세상을 이루는 것들은 또 생각보다 쉽게 연결된다. <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 즉 자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계급과 계급이, 집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고 이 모든 것의 배경에 자연(포스터의 시선에서는 '집')이 놓여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워즈 엔드는 '집'이라는 상징적인 대상을 통해 삶과 죽음, 세상의 모든 사람들, 사람과 자연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서로 다른 특징, 배경,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도 자기 자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연결고리의 한 끝을 잡을 자격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사슬 틈새에 보기 흉하게 끼이거나 빙글빙글 도는 사슬을 보며 위협을 느낄 것이다.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사슬 바깥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에 발끈 화를 낼지도 모른다. 이는 포스터의 생각일 뿐이며,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춤판에 끼어든 사람들만의 생각인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자연계에서 엔트로피가 항상 증가하는 것처럼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들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어느새 그 고리 안에 끼어 빙글빙글 돌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사실을 소설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지나치게 세부적인 묘사를 쓰지 않으면서도 인물에 대해 충분히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일'이 너무나도 쉬워 보인다. 전망 좋은 방에서도 느껴지는 그의 솜씨는 길지 않은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성향을 정말 잘 녹여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은 아직 춤판에 끼어들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독자라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나도 그 춤판에 끼어들어 양손에 누군가(혹은 무언가)의 손을 잡겠지. 라는 안도감과 편안함을 준다.
하워즈 엔드는 영국 배우 에마 톰슨이 마가렛 역을 맡아 오래 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에마 톰슨의 이미지가 마가렛과 아주 잘 어울려 꼭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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