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후쿠오카 공항에 내려서 우리는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향했다. 출발하기 전 미리 알아본 대로 시내 중심지, 하카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몇몇 사람들의 여행 후기에 보면, 이 공항버스는 거스름돈을 내어 주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네 사람이어서 잔돈이 필요했다. 오빠와 나는 공항버스 창구에 가서 티켓을 미리 구입하려고 했다. 버스에 타서 현금으로 차비를 내면 거스름돈을 못 받으니 말이다. 어? 그런데 그냥 버스를 타라는 거다. 잔돈이 없으니, 티켓을 미리 사고 싶다고 해도 말이 안 통하는 것인지 이 창구가 아닌 것인지 티켓을 도통 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바로 앞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기다렸다가 잔돈을 좀 바꿔줄 수 있냐고 했더니, 여기서도 NO. 잔돈 바꿔주는 건 우리나라 얘긴가 보다. 어쩌지- 하고 서 있는데, 오빠가 오로나민c 하나를 들고 왔다. 그걸 사고 잔돈을 받았는데, 여전히 맞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버스가 도착했다. 에이 모르겠다 그냥 돈 천 원 더 내는 거지 뭐, 하고 얼른 버스에 탔다.
하카타 공항에서 시내(하카타역, 텐진역까지)로 들어가는 니시테츠 버스다. 공항 입구를 딱 나오면 바로 정류장이다.
일본 버스는 우리나라 버스와 좀 다르다. 먼저, 운전기사가 있는 앞문으로 내리고, 뒷문이 타는 문이다. 버스에 타면 예전 지하철 표만 한 종이를 하나씩 뽑게 된다. 이게 승차권인데, 정류장마다 번호가 정해져 있어서 내가 탄 정류장 번호가 찍힌 승차권을 뽑게 된다. 버스가 운행하는 동안 버스 앞유리창 윗부분에 달린 전광판에 요금이 뜬다. 각자 탑승한 정류장별로 요금이 책정되고, 내릴 때 그 전광판에 뜬 만큼 각자의 요금을 내고 앞문으로 내리면 된다. 요금을 내면서 승차권을 같이 내는데, 운전기사가 승차권의 번호와 요금을 확인한다.
하카타역에 도착해서 내리는데, 승차권 네 장과 함께 지폐를 냈다. 거스름은 당연히 안 준다고 알고 내리려고 하는데, 기사 아저씨가 여길 보라며 요금통을 가리키는 거다. 아니, 아저씨가 가리킨 건 요금통이 아니라 요금통 바로 옆에 있는 동전 교환기였다. 그 교환기에 지폐를 넣어 동전으로 바꿔 정확한 요금만 내라고 알려주는 것이었다.
아하.. 아까 공항에서 창구 안내원도 이 말을 했던가보다. 역시 친절은 그것의 존재를 믿는 사람에게만 나타난다. 약간의 친절을 기대했더라면, 안내창구에서도 편의점에서도 끙끙거릴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뜨리고 친절의 존재를 믿을 때 여행지의 일상은 조금씩 우리에게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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