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이 아닌 동물, 식물, 심지어 사물까지 수많은 세상의 것들을 바라보며 인간의 기준을 적용한다.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고 많은 것들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편하고, 더 쉽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우리 인간이 그 무엇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식물과 동물은 정말 다를까?'라는 질문에 대해 식물의 입장에서 대답하고 있다. 생물학에서는 식물과 동물을 아주 초기부터 다른 존재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도 인간처럼 감각을 하거나 행동할 수 있다는 얘기도 꽤 많다. 그리고 사실 식물과 동물은 비슷해보이는 점이 의외로 많다.
이 책의 저자 대니얼 샤모비츠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만나식물생명과학센터의 소장이다. 그의 직위보다도 그가 얼마나 '식물'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들이 보이는 반응에 대해 고심했는지를 알 수 있어서 즐거운 책이다.
에필로그에 그는 이런 말을 썼다. "내 질문은 '식물은 인식하는가?'이고, 그 답은 '실제로 식물은 인식한다'이다." 식물에게서 보이는 다양한 모습은 마치 우리 인간, 동물들에게서 보이는 어떤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그 때문에 식물이 정말 동물과 다른 것인가, 그들도 동물'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계속되어 왔다. 식물이 동물에게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생물학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또, 그들의 모습을 우리가 관찰할 때 인간처럼 의인화해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대니얼 샤모비츠는 그같은 '인간의 시선에 사로잡힌' 분석을 자제할 것을 제안한다. 아들이 아버지를 닮은 것처럼 식물이 동물을 닮은 것이 아니라, 식물은 식물 나름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뿐인 것이다. 샤모비츠는 식물을 있는 그대로의 '식물'로서 이해하자고 제안한다.
여섯 개의 대주제 제목은 식물의 행동을 동물이 빗대어, 정말 식물도 그럴 수 있을까? 라고 묻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대중들이 흔히 품을 법한 질문이기에 제목이 되었을 뿐이다. 그 안에서 그는 먼저 동물들에게서 그 행동이 어떤 것을 가리키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어떻게도 해석할 수 있는지를 다시 설명한다. 바로 식물에게서 보이는 행동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동물과 꼭 같은 행동을 식물이 한다, 라는 것이 아니라 식물에게서 보이는 이 행동을 동물에게서 보이는 것에 '은유'하여 보자면 이러하다, 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엄마가 배추를 삶으시려다 배춧잎에 붙어있던 달팽이를 발견하셨다. 끓는 물에 들어가기 직전에 달팽이를 발견해 구조했으니 참말 다행이었다. 이 달팽이를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올려두었다. 아침밥만 먹고 바깥에 나가 흙 위에 놓아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밥을 다 먹고 보니 달팽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엄마는 달팽이가 젖은 흙을 찾지 못하면 말라 죽어버릴 거라고 하셨다. 베란다 구석구석을 찾아봐도 달팽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저 웃자는 소리로 "달팽이가 배추를 먹으려 욕심내다가 이렇게 되고 말았다."고 했다.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그런데 이 말을 들은 한 후배가 "인간의 기준에 맞추지 말아요"라고 했다.
그 말이 이 책에 딱 들어맞는다.
샤모비츠는 식물을 보면서 "인간의 기준에 맞추지 말아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깊이 고심한 내용을 친절하게 들려준다. 그의 과학적이고 친절한 태도는 읽는이들 뿐 아니라 식물에게로 향해 있어 편안하다. 우리의 '인간 중심적인' 태도에서 기인하는 긴장감을 해소시켜 주는, 편안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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