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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이오덕 선생의 편지책을 구입했을 때, 하이타니 겐지로까지 설명이 되어있는 소책자가 따라왔다. 어린아이들을 사랑하고 '참 교육'을 실천하려고 애썼던 세 사람이었다.

어쩐지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가 있었다. 엄마가 예전에 제자에게서 선물받으신 책이라고 하셨다.

이 책은 장편소설이다. 젊은 여선생이 첫 부임한 학교에서 겪게 되는 여러 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학교 근처에는 쓰레기 처리장이 있다. 그 곳에 사는 아이들은 흔히 '문제아'취급을 받는다. 차림새가 꾀죄죄할 뿐 아니라 말투나 태도가 거칠고, '똑똑하지도 않다'. 주인공 고다니 선생은 대답도 잘 하지 않고, 머리에서 냄새까지 나는 아이 데쓰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한다. 하지만 그녀는 무조건 겉모습만 보고 '예쁜 아이들'을 찾지 않는다.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무엇이 원인인지 들어보려 한다. 아이들의 행동은 나쁜 게 없다는 생각으로 어린이를 이해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가장 잘 안다. 이 말과 행동이 아부인지, 나를 구슬리려는 건지, 아니면 진심인 것인지 말이다. 고다니 선생은 아이들에게 진솔하게 다가간다. 경험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녀이지만, 그런 만큼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솔직하게 아이들을 대한다. 처음에는 이게 맞는 건지, 저게 맞는 건지도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가족들이 싫어하는 데도 무릅쓰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이들을 진정 사랑하는 일, 아이들에게 더 좋은 일을 찾아 나선다. 그게 곧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인 자기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 스스로 발전하고 배우는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특히 발달장애아인 미나코를 맡았던 에피소드에서 이것이 두드러진다. 준이치가 스스로 친구를 돌보기를 자처하고, 그 아이를 자신의 '소중한 친구'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고다니 선생의 다짐이나 노력보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마음이 울컥하지 않을 수 없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이 소설에서 '진정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는 선생님'의 자세를 말하고자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사서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는 것도 아니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서 아는 것'도 아니다. 그가 말하는 참 교육, 진정한 선생님은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들 마음에서 그 순수하고 깨끗한 부분을 지켜주는 사람.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우리에게 이 점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어린아이에게서 배워야 한다. 무엇이 더 소중한지, 우리가 자신을 희생하며 지켜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아이들이 가장 잘 안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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