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도시라 함은 건물과 도로로 온 땅이 뒤덮여있는 공간을 말한다. 도시 안에서도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나무도 있고, 흙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나무와 몇 줌 안 되는 흙을 담고 있는 건 또다시 콘크리트, 시멘트다.
사실 이건 흙, 나무만의 얘기가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철덩어리에 들어가 여기서 저기로 이동하는가 하면, 아침에 눈 뜨고 밤에 몸을 누이는 곳 역시 콘크리트 상자 속이다. 애써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체하며 살고 있지만 인간도 마찬가지의 '생명체'다. 우리 모두는 흙을 밟고 하늘을 마시며 사는 '뭇생명'이다.
이 사실을 모두가 잊고 살고 있다. 이 간단하고 당연한 사실을 기억하고 다시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실 생각해보는 것만 해도 두렵다. 김산하 박사는 이처럼 비인간적인 현대인의 삶, 도시인의 삶에서 벗어나자고, 그러기 위해서 모두가 '야생학교'에 입학하자고 제안한다.
김산하 박사는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원숭이들을 연구한 경험이 있다. 그는 정글에 살면서 자연과 생명을 연구한 사람으로서의 소명을 배신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너무나도 불친절하다.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비인간적'이 되어버린 이 세상을 보며 그는 탄식하고, 목소리를 높여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가 하는 말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수도 있다. 그는 정글 속에서 살아봤고, 철저히 '인간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 서 본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그의 예민한 '생태감수성'이 무엇인지는 짚어볼 수 있다. 가끔 그 마음을 떠올려보는 것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그는 "일관되게 반환경적인 사람보다는, 비일관되게 친환경적인 사람"이 낫다고 말한다.
그만큼 분노할 필요까지는 없다. 다만, 아주 까맣게 잊어버리지는 말자. '재난상황'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재난을 예고받은 상황'에 먼저 익숙해져버려서는 안 된다. '빌려쓰는 지구'라는 말을 할 것이라면, 빌려쓰는 사람 답게 원래 주인을 항상 생각하며 쓰자. 반대로 '내가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인 답게 잘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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