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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객체성은 환상이라는 핵심을!
배꼽은 반복을 불러. 우리는 배꼽의 징후 아래 살아갈 거야.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의 가치. 그것은 좋은 기분의 열쇠이며...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세상의 (거의)모든 것들은 자기 자신이 자유 의지,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객체로서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아주 "좋은 기분"을 가진 한 사냥꾼.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표상화시키는 어떤 한 사냥꾼의 의지에 의한 환상일 뿐이다.
배꼽을 달고 있는 인류는 모두 누군가의 반복된 형상일 뿐 그 자신의 의미, 즉 "객체성"을 갖지 못한다. 무엇이든 의미 있고 가치로워야한다는 진지한 강박관념. 쿤데라는 그것이 오히려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걸 말하려는 듯하다.
"터무니없는 선량함"의 소유자, "사과쟁이" '알랭'은 아가씨들의 드러낸 '배꼽'에서 이같은 사실을 암시하는 어떤 징조를 읽는다. 그는 객체성은 한낱 환상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말라고 한다. 그는 배꼽을 통해 끝없는 복제와 반복, 그리고 의지를 소유하지 못한 지루한 존재들을 본다. 다르델로가 그 지루한 존재의 대표격이다. 다르델로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흐루초프 역시 농담을 모르는, 지나치게 진지한 복제품의 한 예다. '샤를'은 '스탈린'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지만 정작 현실에서 지루함과 획일성을 견디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가 늘 보고 또 말하는 '카클리크'의 모습에 그 대답이 있는데도 말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려들지 않는 것. '좋은 기분'을 얻으려고 애쓰거나 골똘히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그의 태도가 바로 샤를에게 '좋은 기분'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 말이다.
마지막에 그는 결국 "하찮고 의미없는 것들의 가치"가 바로 "좋은 기분의 열쇠"라고 외친다. 그의 말대로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만이 지루함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애초부터 의지 없이 세상에 온 몸. 의미없음이 진정 가치롭다는 걸 알게될 때 세상은 우리에게 '좋은 기분'을 허락할 것이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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