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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역은 아주 작다. 시골 동네라고 하면 딱 맞다. 시골 동네라지만 한산하진 않다.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온천, 작은 호수로 인해 관광지로 잘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한산하지만 적막하지 않다는 표현이 알맞겠다.


우리가 유후인 역에 도착한 건 오후 5시가 좀 못 되었을 때다. 붐비는 플랫폼을 나와 역사를 나서니 해는 아직 넘어가지 않았고, 늦은 오후의 느낌이 물씬했다. 바로 맞은편에 구름에 살짝 덮인 유후산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에는 상점이 몇몇 있었고, 빵집과 음식점도 몇 군데 있었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평범한 마을 같은 분위기였다. 역 앞에서 꽤 많았던 사람들은 료칸까지 걸어가는 동안 어딘가로 다들 흩어지고 없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 엄마와 나는 다시 역까지 걸어갔다 왔다. 기온이 떨어지고 료칸 입구의 소나무에는 고드름이 잔뜩 매달려 있었다.


아주 깜깜했다. 가로등이 켜져 있었지만, 여느 시골마을처럼 캄캄하고 조용했다.

상점들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아까 역에서 료칸으로 가는 길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온천수가 흘러나오는 곳도 보았다. 따뜻한 물이 나와 김이 솟고 있었다. 마치 동네 뒷산의 약수터 같았다.

다시 돌아간 역에도 역무원 한 사람 밖엔 보이지 않았다. 엄마와 나는 내일 벳부로 가는 열차 표를 미리 사고 다시 료칸으로 돌아왔다.

오빠와 아빠는 엄마와 내가 저녁을 먹기 전, 온천을 하고 있을 때 반대 방향으로 올라갔다 오신 모양이었다.

그쪽에 편의점이 하나 있었다며, 과자와 맥주를 몇 캔 사 오셨다.

료칸에서 옷장 안에 준비해 둔 유카타를 입어보며 늦게까지 깔깔 웃고 이야기를 했다.

차갑지만 따뜻한 밤이었다.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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