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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에 돌아가 아침을 먹고 나니 기차 시간까지 살짝 여유가 있었다. 엄마아빠가 짐을 정리하고 잠깐 쉬실 동안 오빠와 나는 유노츠보 거리를 얼른 한 번 다녀왔다. 일찍 문을 연 토토로 상점은 살짝 보고 나올 수 있었지만,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들과 대부분의 상점은 아직 문을 제대로 열기 전이라서 보지 못해 아쉬웠다.


다음 목적지는 온천 관광도시인 벳부였다.

벳부에서는 당일치기로 관광을 하고 후쿠오카로 돌아갈 예정이었어서 빠른 차를 타고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 10시 경에 출발하는 유후호를 타고 유후인역에서 벳부 역으로 갔다. 역까지 걸어가 역전에 있는 기념품 상점에서 조금 구경을 하고 플랫폼으로 들어갔다.


유후인노모리보다 유후호는 내부가 좀 널찍한 듯했다. 덕분에  한산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벳부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창밖 풍경은 어제와 별다를 건 없어보였다. 다른 것보다, 햇살이 따뜻해서 다행이었다.


벳부에 도착하면 역에서 지옥온천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 하지만 그 반대방향으로 나가 걷기 시작했다.

반대방향으로 역을 나오면 벳부 온천 할아버지 동상이 있는데, 할아버지 동상 뒤에는 손을 씻을 수 있는 따뜻한 온천수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가 반대방향으로 갔던 건,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모래찜찔온천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10여분 간 큰길을 따라 걸어내려가면 길 건너 왼쪽편에 커다란 백화점이 등장한다. 그 백화점이 나오면 오른쪽의 작은 골목으로 또 400m가량 들어간다. 그러면 오른쪽에 오래되고 꽤 큰 절 같은 건물이 나온다. 나무로 지은 건물인데, 그곳이 바로 타케가와라 온천이다.(온천 입구 사진을 아무도 안 찍었다.. ㅋㅋ)

일본어를 할 줄 몰랐기에 이렇게 저렇게 소통을 해보려고 애썼는데, 20여분 기다려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돌아서기로 했다.

오빠와 내가 안 할 예정이었는데, 부모님께서 20분이나 기다려서 두 분만 하기도 애매해서 돌아서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20분 기다렸어도 좋았을텐데, 이용방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갔으면 좋았을 걸 아쉽다.

돌아나오는 길. 옆이 바로 바닷가였다.


지금 생각하면 좀 그렇다. 여행가서 "뽕을 뽑자!"하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뽕을 못 뽑게"하는 것이냐 말이다.

남들 다 보는 유명 관광지에 들어가 보는 것보다 뭔가 색다른 것을 한 번 해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또,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면서 함께 한 사람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 한 마디 더 나누게 된다면, 그 때문에 볼거리 세 개 중 두 개를 놓치게 되더라도 훨씬 값지다.

부모님과 타케가와라 온천 입구에서 다시 돌아나온 것이 여태까지 그런 후회로 남는다.

그날 배낭을 메고 단체 관광객들이 득시글거리는 지옥온천을 돌아다니고 나온 우리는 그야말로 지옥을 구경하고 온 듯 기도 맥도 빠져버렸다. 점심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고, 남들 다 본다는, 생각보다 시시한 지옥온천 구경을 하고 나온 것이 난 지금도 후회로 남는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첫 번째 여행에서 배운 것이 바로 이거다. 여유.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보기 위해 떠난 것이지, 내 발 밑을 보력 떠난 것이 아니라는 것.

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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