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료칸에 입실할 때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을 물어봤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얼른 밥을 먹고 움직일 계획으로 7시 30분, 이른 시간에 밥을 먹겠다고 했다. 막상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시간이 조금 애매해 보였다. 료칸 주인 아주머니께 얼른 내려가 8시로 아침 식사시간을 늦추겠다고 했다. 그리고 긴린코 호수를 먼저 다녀왔다.
료칸 대문을 나서니 눈앞에 유후산이 마주보였다. 동이 터 오는 모습이 퍽 아름다웠다.
호수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깝지 않았다. 료칸에서 몇 걸음 나온 큰길에서 오른쪽 작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 골목길이 바로 아기자기한 상점과 먹거리 노점이 모여있는 '유노츠보'거리다. 우리가 그 골목을 걸은 시간은 워낙 일렀던 지라 문을 연 곳은 거의 없었다.(서명이 들어간 사진은 아빠가 찍으신 사진이다.)
한 이십여분 걸었던 것 같다.
유노츠보 거리 끝에서 우회전해서, 김이 솟아오르는 천변을 따라 걸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어서 길가던 어떤 아저씨에게 킨린코라고 말했더니 친절하게도 방향과 가는 길을 알려주셨다
천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걸 보며, 춥다는 걸 새삼 느꼈다. 짤막한 뚝방길을 따라가다가 왼편으로 작은 샛길이 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다시 또 걸어가다보니, 킨린코(금련호) 방향을 가리키는 작은 팻말이 하나 나타났다.
그 팻말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쭉 걸어갔다. 김이 솟아오르는 천을 따라 가는 길이었다. 점점 김이 더 자욱해졌고, 길가에 작은 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발도 조금씩 얼어갔다.
드디어 도착한 킨린코 호수.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꽤 여럿 있었다. 김이 자욱하게 솟아오른 호수는 추운 날씨에 더욱 신비롭게 보였다. 우습게도 그렇게 뜨거운 김을 내뿜는 킨린코 호숫가에서 내 발은 꽁꽁 얼어버렸다.
자욱한 김 너머로 나무로 만든 카페같은 집 한 채가 건너다 보였다.
호수 안에는 물고기도 살고 있었고, 오리도 있었다.
호숫가에서 저 너머 산기슭을 바라보면 마치 저녁나절 초가집 지붕에 밥짓는 김이 솟아오르듯 하얀 연기 기둥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작은 화산이 잠들어 있는 것일테다. 거기서 이 따순 물이 내려오는 걸 거고 말이다.
킨린코 호수를 이렇게 돌아 뒷편으로 향하는 길로 나갔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온천탕, 이라기보다 우리나라의 공중 목욕탕같은 곳도 있었다.
그곳을 지나 더 걸어가자 나무에 가려 킨린코가 더 이상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그 길을 빙 둘러 다시 킨린코의 반대쪽 면으로 돌아나왔다.
그곳에서 아까 호수의 따순 김에 가려있던 건물을 다시 보았다.
킨린코 산책을 마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서둘러 료칸으로 돌아왔다. 발이 꽁꽁 얼어 어서 따뜻한 집안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해가 떠올라 노란빛이 마을에 들어차고 있었다. 공기가 데워지는 만큼, 아까 호수로 향하던 길에서처럼 김도 피어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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