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부 온천 구경을 하다보니 가방은 무겁고 배는 점점 고파왔다. 아마 두 시가 넘었던 것 같다. 부모님도 오빠도 온천 구경은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았고, 점심은 때를 놓쳐 기분이 그냥 그랬다.
온천지구에는 딱히 음식점이 있거나 민가가 있는 건 아니었다. 가기 전 여행책자에서 본 '지옥찜공방'에 가면 재미있는 체험을 하면서 두둑히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착각이었다.
첫째날도 둘째날도 느꼈다. 밥은 밥집에서!!
누가 좋대, 누가 맛있대, 누가 어떻대, 하는 곳은 굳이 찾아가보지 않는 게 낫다는 걸 알게됐다. 하아.. 어리석었던지고.
지옥온천으로 갈 때, 내렸던 정류장 바로 직전 정류장이었다.
거기 내리면 길 안쪽으로 지옥찜공방이 있다. 그 옆에는 족욕장이 마련되어 있고, 이 작은 길에는 작은 음식점도 몇 군데 있었다.
오빠랑 나는 지옥찜공방 입구에서, 한번 들어가보고 사람이 너무 많거나 생각보다 별로이면 근처 작은 음식점 아무데나 들어가보자, 고 했다. 하지만 지옥찜공방에 들어가서 우리는 lost. 길을 잃고 말았다.
자리도 좀 애매했고, 메뉴도 좀 애매했다. 비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싼 것도 아니며, 먹을만한 게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정말 끼니같은 끼니, 밥 같은 밥은 또 아니었다.
엄마아빠에게 의견을 여쭤보니 뭐 너희들이 좋을대로 결정하라고 하셔서 우리는 우왕좌왕하다 10여분을 기다리기로 하고 대기표와 주문표를 뽑았다.
기다리는 동안 엄마는 옆 족욕장에 잠시 다녀오셨다. 나는 엄마랑 잠깐 갔다가 먼저 돌아왔는데, 마치 포석정(!)처럼 물이 흘러가고, 거기에 편히 앉아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는 곳으로 꽤 컸다. 벳부 온천 내에 있던 족욕장보다 컸음.
이용 방법은 카운터에 가서 사람 수를 말하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순번을 정해주고(이 때 대기자가 꽤 있었다. 외국인보다 일본인 관광객이 반 또는 반 이상이었던 것 같다. 아마 벳부 지역 온천의 열기로 음식을 쪄먹게 만든 것이 특색있어서 일본인들도 많이 놀러와서 체험하는 듯했다.) 옆 자판기에서 찜기-시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었던 것 같다- 사용표와 메뉴(닭다리, 만두, 해물 등등)를 뽑으면 된다. 차례가 되면 카운터에 가서 표를 내고 음식을 바꿔받은 뒤, 찜기에 음식을 들고 자리를 잡는다. 먹는 자리는 간이 부엌같은 느낌이었고, 바깥으로 나가면 찜통이 여러 개 세팅되어 있는데, 그 찜통에 음식을 넣고 쪄지길 기다려서 꺼내와서 먹고, 설거지까지 셀프로..!
식사하는 자리에서 문을 열면 바로 이런 찜공방 부엌이 보인다. 우측에 설거지하는 데도 있다. 각각 번호가 씌여진 칸이 찜통. 헤매이고 있으면(ㅋㅋ) 직원이 와서 찜기 쓰는 법을 알려준다.
아 다시봐도 정신없다.
여긴 식사하는 곳이라기보다, 재미. 그리고 간식거리를 해결하는 곳이었다. (다시 한 번 후회. 으하. 온천 올라오기 전에 역에서 점심을 먹고, 온천을 보고 여긴 간식겸 재미삼아 왔어야 했어...)
부족한 음식으로 네 사람이 대충 배를 채우고 약간 찝찝한 기분으로.. ㅜ.ㅜ 우리는 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정류장은 온천으로 올라갈 때 내렸던 곳과 달리 매표소와 의자까지 갖춰진 정류장이었다. 한 10여분 기다려서 버스를 타고 우리는 벳부역으로 돌아갔다. 네시 경이었던 것 같고, 가장 빠른 시간의 하카타행 기차를 탔다. 이 때 탄 기차는 '소닉'호인데 급행열차? 같았다. 두 시간 정도 걸려서 하카타에 도착.
가는 중에 어느 역에서 운행 방향이 바뀌는건지? 다같이 의자를 돌렸다. 우리 가족은 졸다가 깨서 으잉..? 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일본인들이 의자를 돌리라고 ㅋㅋ 알려줌. ㅋㅋㅋ 안돌리고 마주보고 가면 안되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ㅋㅋ
암튼.
벳부 지옥온천 구경은 참으로 피곤하고 배고프고 별로였다. 힝. 완전 그냥 관광코스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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