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나오니 밖은 이미 매우 깜깜해졌다. 쇼핑몰도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
우리는 근처에 있는 나카스 강변 포장마차거리로 가보기로 했다. 아빠도 오빠와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술 한 잔도 하고 안주도 드셔보시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ㅋㅋ 나카스 강변의 포장마차를 보신 아빠왈 '이게 아니야!' ㅋㅋㅋ 아빠가 생각하시는 이자카야는 우리나라에서 작지만 비좁진 않은, 그리고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함께 온 사람과 얘기나눌 수 있는 그런 술집이었던 거다.
아빠의 상상과 달리 나카스 강변의 포장마차는 매우 작고, 엉덩이 하나 겨우 올릴 수 있는 의자에 앉아 꼬치나 여러 가지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곳이었고, 우리 가족은 한 곳도 들춰보지 않고 그 길을 그냥 지나쳐야 했다. 꼬치 몇 가지를 포장해가서 먹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지만 ㅋㅋㅋ 노노.
포장마차와 음식 도전은 실패했지만, 돌아가는 길에 밤의 강가를 배경으로 부모님 사진은 여러 장 찍었다 ㅎㅎ
그리고 아빠는 돌아가는 길 내내 어딘가에 아빠가 생각했던 것 같은 그런 곳이 있으리라 믿으시고 몇 군데 가게에 오빠를 들여보내 탐색하셨다. 하지만 당연히 아빠의 생각과 같은 곳은 없었고, 우리는 편의점에서 맥주 몇 캔과 과자 몇 가지를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여기서 내가 피부로 느낀 게 사람마다 여행하는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는 거다.
자신의 여행 스타일은 여행을 떠나는 목적에 따라 아주 달라지는데,
특히 여럿이 함께 여행하는 경우, 각자의 여행 스타일에 따라 적합한 역할을 맡지 못한다면 모두가 피곤한 상황이 오고 만다.
우리 아빠의 경우, 나와 여행 스타일이 굉장히 달랐는데, 나는 그걸 잘 몰랐던 거다.
우선 아빠는 나랑 입맛이 아주 다르시다. 아빠는 여행지에 가서 '현지음식' 먹는 것을 잘 못하시기도 하거니와 대체로 싫어하신다. 별로 큰 관심도 없으심 ㅋㅋㅋㅋㅋㅋㅋ 냄새가 심하거나 특이한 음식을 못 드시는 게 아니라, 돈코츠라멘 정도도 잘 못 드시는데, 10년 전 쯤에 직장에서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오셨던 얘기만 하신다. ㅋㅋ 미국이야 프라이드 치킨, 구운 고기같은 것이 있으니 별 탈 없이 잘 드셨고, 그 때 얘기만 하시며 ㅋㅋㅋㅋㅋㅋ 이같지 않은 음식을 보시거나, 먹게 되면 아주 싫어하시면서 잔소리를 하시는 게다. ㅋㅋㅋㅋ (이상한 음식점에 왔어! 잘못 왔어!)
평소에도 짜거나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이 아니면 '특이한 사람이나 먹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아빠. ㅋㅋㅋ
나는 괴식을 좋아하고, 느끼하고 향이 강한 음식도 거부감없이 잘 먹는다. 근데 또 평소에는 슴슴하고 간이 안 된 자연 그대로, 날 것의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 아빠 기준에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이 바로 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제로 나한테 평소에 이렇게 말씀을 많이 하심. ㅋㅋㅋㅋㅋㅋ)
두 번째, 관광을 하는 데 있어서도 아빠는 여러 사람과 몰려다니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남들에게 돌아와서 얘기하면 다들 알아듣고 자기도 가봤다고 말 할 수 있는, 그런 곳을 더 가고싶어하신다.
푸우... 여행지에서 한국음식 먹고 한국사람들이랑 몰려다니는 거 제일 싫어하고, 돈과 시간 아깝다고 여기는 나이기에 ㅋㅋㅋ 아빠는 나와 여행하기 참 어려운 스타일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반면 엄마는 내가 같이 여행다니기에 참 좋은 스타일인데, 이것저것 나만큼 잘 드시는 건 절대 아니지만, 특히 어디 누군가랑 함께 갔을 때는 그냥저냥 웬만한 건 즐겨보려고 애쓰시는 스타일이기 때문. 그리고 엄마가 주도하는, 리드하는 입장이 아니시라면 상대를 끝까지 존중하고 믿어주신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애쓰고 있다는 걸 계속해서 북돋워주신다. 실제로 고생이 많네, 누가 잘 찾아서 참 좋네, 고맙네, 이런 말씀을 아주 많이 하심.
그리고 다들 가는 관광지 찍고 오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시고, 사람 많은 것도 좋아하지 않으신다. 여유있게 아름다운 자연을 천천히 돌아보는 것. 또 교통수단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두 발로 직접 걷는 시간이 많은 걸 좋아하신다.
이런 우리 부모님은, 아빠가 챙겨서 엄마랑 여행을 가실 때 두 분 모두 아주 행복해지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하고 싶은 것, 생각해두시는 게 엄청 뚜렷하고, 엄마는 상황을 잘 즐기시니까. 그리고 아빠랑 엄마가 두 분이 여행을 하시면 주로 아빠가 운전을 해서 슝슝 다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
암튼, 아빠의 여행 스타일을 나는 몰랐고, 그 탓에 이번 후쿠오카 가족여행이 아빠에게 얼마나 만족스러웠을지는 여쭤볼 자신이 없다. 나도 힘들었고, 아빠도 그냥 그랬을 여행일 것만 같아서. 좀 속상하기도 하고, 딸로서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그렇다.
참 어렵다. 자식이 부모의 맘에 쏙 들기가.
배려한다고, '모신다'고 하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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