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동안 독후감(?!)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들이 하나둘씩 머리 속에서 엉겨붙더니 자기들끼리 다 섞여버리는 거다. 하나를 새로 읽을 때마다 이전에 읽었던 소설들을 하나씩 순서대로 되새겨보다가 드디어 기록을 남긴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소세키의 소설이다.
<춘분 지나고까지>라는 제목은, 소세키가 연재를 할 때 춘분 지날 때까지만 연재를 하기로 했어서 붙었다고 한다.
연재물을 이어붙인 장편소설이라고 할 만한데,
이 소설은 상당히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본 주인공 친구와 그 친구에 얽힌 사람들(친척들) 사이의 관계와 마음에 대한 이야긴데,
주로 친구와 친구의 여자 사촌 간의 사랑-결국 이루어지지 않는-에 대한 얘기다.
직업을 구하려고 애쓰고 불안해하는 주인공과 달리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평온하고 따뜻한 가족들과 살고 있고, 아무 생각도 고민도 불안도 없이 사는 사람처럼 보였던 친구에게도 복잡하고 어두운 과거사, 가정사, 개인사가 감추어져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주인공을 보며,
누구에게나 다 마음 한 구석에 어두운 방이 있다. 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세키가 직접 겪었던 딸아이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소설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는 것이 이런 생각이 들게 한 데 영향을 미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깊이있고 꽤 구체적인 사색을 더해서 심리묘사가 이루어졌던 이전 소세키의 소설들에 비해 여기에서는 꽤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묘사가 이어졌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전해들은 얘기를 풀어내는 것이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했지만, 또 희한한 점은 다른 소설들에 비해 좀 더 주변 배경이나 장면의 묘사가 구체적이라는 점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가게의 이름이 나오기도 하고 해서 여기에 나오는 길과 장소들을 직접 가서 내 발로 밟고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기도 했다.
상반되는 인물의 심리묘사와 주변 묘사 방식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것들(주변, 환경, 장면 등)처럼 선명하고 멀끔해보이는 것들 속에 알 수 없고 애매하고 모호한 어둠이 항상 존재한다(인물 심리)는 것을 부각시킨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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