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은 오늘, 안녕한가요?
오늘 당신은 혼자서 강변북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사랑하는, 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그럴 수는 없는 마음. 하지만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것 같은) 그 무엇을 잃어버리고, 내 마음 하나 온전히 바라보기가 너무나도 어렵고 힘이 들었던 사람들. 이 소설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켜켜이 쌓아놓은 하나의 기록이다. 하지만 결국, 혼자 강변북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들의 마음은 살아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상수와 경애를 포함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가 그러하다. 자기 마음을 바라보기가 너무 버겁고 어려워서 다른 사람의 마음이 필요하고, 그렇다는 걸 알아서인지 그걸 모르지만서도 그냥 그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이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도록 먼저 자기의 마음에 잠깐 기대어주는 사람. 인스턴트 떡볶이 한 그릇이든, '나는 괜찮아'같은 말 한 마디든. 네 마음을 먼저 바라볼 수 있도록 기꺼이 자기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누구의 어떤 마음도 쉽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얼굴도 없고, 어디에서 잡아보았던 손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지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그런 것 말고 그 때의 '느낌'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마음을 온전히 바라보고 또 놓아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자리에서 가만히 일어서보는 것. 일어서서 천천히 몇 걸음을 걸어보는 것. 그렇게 작은 움직임 하나 하나가 모여 다시 우리는 마음을 들여다볼 힘을 만들어낸다.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면 또 다시 지쳐 쓰러질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그럼 그 때 다시 또 하나씩 하나씩 움직여보면 된다.
그리고 오늘 나는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혼자 강변북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럼 되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혼자 걸어갈 수 있고, 그래서 살아갈 수 있다. 켜켜이 쌓인 마음과 마음, 그 사이에서.
그리고 당신도. 이 책을 만난 당신 모두 그렇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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