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당신의 마음은 오늘, 안녕한가요?

오늘 당신은 혼자서 강변북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사랑하는, 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그럴 수는 없는 마음. 하지만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것 같은) 그 무엇을 잃어버리고, 내 마음 하나 온전히 바라보기가 너무나도 어렵고 힘이 들었던 사람들. 이 소설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켜켜이 쌓아놓은 하나의 기록이다. 하지만 결국, 혼자 강변북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들의 마음은 살아있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상수와 경애를 포함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이가 그러하다. 자기 마음을 바라보기가 너무 버겁고 어려워서 다른 사람의 마음이 필요하고, 그렇다는 걸 알아서인지 그걸 모르지만서도 그냥 그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이가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도록 먼저 자기의 마음에 잠깐 기대어주는 사람. 인스턴트 떡볶이 한 그릇이든, '나는 괜찮아'같은 말 한 마디든. 네 마음을 먼저 바라볼 수 있도록 기꺼이 자기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누구의 어떤 마음도 쉽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얼굴도 없고, 어디에서 잡아보았던 손인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지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그런 것 말고 그 때의 '느낌'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마음을 온전히 바라보고 또 놓아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겠지만 자리에서 가만히 일어서보는 것. 일어서서 천천히 몇 걸음을 걸어보는 것. 그렇게 작은 움직임 하나 하나가 모여 다시 우리는 마음을 들여다볼 힘을 만들어낸다.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면 또 다시 지쳐 쓰러질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그럼 그 때 다시 또 하나씩 하나씩 움직여보면 된다.


책을 읽을 땐 마음에 드는 구절을 그때 그때 적어두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그 구절들이 마음을 너무 먹먹하게 만들어서, 적어둔다면 목이 너무 메어서 더 이상 글을 읽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이 세상은 흙과 공기와 물같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마음'의 조각이 쌓여 이루어진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미세하게 결이 다른 그 마음들. 각질처럼 작게 일어나 떨어진 마음의 조각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땅 위에 우리는 발을 딛고 서 있고 또 그 마음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공기를 마시고 내뱉으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살아 숨쉬는 매 순간 마음은 만들어지지만, 그 마음을 모두 온전히 느끼고 살아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거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아도 마음은 항상 거기에 있고, 폐기했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절로 누군가에게 가 닿아 있다. 누구도 누구를 불행하다고 말할 자격이 없지만, 어느 누군가는 내가 했던 말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전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던 말, 그리고 마음은 사실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전해져있고, 내가 알아채지 못하고 외면했을 뿐 내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서 있던 누군가가 거기에 있다. 경애가 은총에게 보낸 말이 상수에게 가 닿았듯, 산주에 대한 경애의 마음이 언니에게 가 닿았듯, 마음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제가 알아서 제자리에 가닿는다.

조던이 상수에게 한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처럼, 너무 많은 감정 때문에 도무지 마음을 한번에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우리는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상수 어머니가 불렀던 그 노래의 가사처럼,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 사랑한다는 그게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그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이렇게 어려워도, 힘들어도 되는구나. 조금씩 움직이면 되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리고 오늘 나는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혼자 강변북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럼 되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혼자 걸어갈 수 있고, 그래서 살아갈 수 있다. 켜켜이 쌓인 마음과 마음, 그 사이에서.

그리고 당신도. 이 책을 만난 당신 모두 그렇길 바란다.

Posted by solle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