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 거대한 괴물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일
한 사람의 일생에서 만들어지는 경험을 데이터로 바꾸면 그 용량이 얼마나 될까? 매일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한다고 느끼지만 아침에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만 생각해 봐도 똑같은 하루는 없다. 그런데 나 말고, 내가 아침에 볼일 본 것에 대해 궁금해할 사람이 있을까? 사실 나 자신 역시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하루 중 아침에 볼일 본 것을 중요한 사건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해도 그만, 그렇지 않아도 그만인 일이다.
그럼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일은 뭘까. 뉴스?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흥미롭지만 암울하다”는 말을 종종 한다(이 말은 저자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암울한 느낌을 준 그 소식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실 매우 미미하다. 그 중 대부분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잊혀지고 만다.
이 책에서는 “적절한” 질문과 데이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럼 “적절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독자들이 찾아내야 할 과제다. “사실 영리한 빅데이터 기업들은 종종 데이터를 줄인다. (중략) 필요한 것은 적절한 데이터다.” ‘빅데이터’라는 덩치 큰 괴물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적절한 질문을 찾지 못한 사용자 때문에, 분류되지 않은 데이터가 쌓여있을 뿐이다.
다행히도 빅데이터라는 방대한 자료를 기록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매우 잘 갖춰져 있다. 초기에 사람들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그것을 이용해서 무엇을 얻어내면 좋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나중에 이에 대한 답을 찾았을 때 무엇이든, 그리고 어떻게든 실험해보는 것이 가능하도록 도구를 먼저 만들었다. “이 책의 요점은 사회과학이 진정한 과학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 이 말은 사실이다.
일단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했다면 말 그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빅데이터에서 식견을 짜내려면 무엇보다 적절한 질문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얼마나 명확히 알고 있느냐,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가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빅데이터”라는 말에서 “Big”이라는 수식어가 의미하는 바는 물리적인 크기가 아니라 그것이 가지는 효과이기 때문이다. 다음 문장이 지금 하고 있는 얘기를 아주 적절히 뒷받침한다.
“그 이야기가 그녀를 웃게 만들었나?”
아무리 많은 이야기가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웃게 할 수 없다면 그 모든 이야기는 아무 쓸모가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데이터란 바로 이런 것이 되어야 한다. ‘빅데이터’라는 덩치 큰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의 눈동자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메시지(단 한 줌의 데이터!)를 골라낼 수 있는 당신만의 “적절한 질문”이 아무도 거짓말하지 않게(nobody lies)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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