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1.1(21Feb2019 1304)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말에 한 순간도 설득되지 못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철 트럭 위에서 자기 멋에 취해 되는대로 소리치고 떠나버리는 여느 정치인의 말과 다름없이 느껴졌다. 저자는 이스라엘, 캐나다 등에서 꽤 인지있는 (보수)정치인의 당선을 이루어낸 '전략가'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단순히 덩치 큰 강자, 특히 정치적으로 그러한 인물의 편에 서 있는 전형적인 "홍보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언더도그마주의'를 보여준다는 유명인사, 매체들의 말은 대부분 앞뒤 맥락이 다 잘려있다. 임의로 특정 문장 한 두 개를 보고 단정지어 판단해버리고 또 독자들이 그러게끔 썼다고 느꼈다. 하지만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고 능동적으로 '읽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짜깁기한 문장들이 얼마나 허술하고 얇은 껍질을 가졌는지 쉽게 느끼리라 생각한다.
겉으로 드러난 단편적인 현상만을 보고 '언더도그마', 약자라면 선하다고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 올바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역사적, 사회적인 배경과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관찰과 이해가 필요하다. 책에 나와있는 다양한 예시 상황들-테러리스트에 대한 얘기, 총기난사범에 대한 얘기 등은 모두, 각각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단순화하여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속으로 들어가서 내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지만 사람들의 반응-언더도그마라고 책에서 단정지어 비판하고 있는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 그래야만 외부인으로서 나 자신의 입장도 분명하게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단편적인 한 개의 문장으로 이 복잡한 상황을 표현하며, 그 상황과 사람들을 모두 비논리적인 집단으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수적으로 작고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지위나 힘이 약하다고 해서 그 집단의 편을 들어줘야하는 것은 당연히 절대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저자가 '언더도그마주의'라고 단정지은 수많은 예시들이 단순히 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이유로 선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뒤에 얽히고 섥힌 복잡한 이야기가 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역사적으로 쌓아올려진 배경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저자가 언더도그마주의라고 말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저자가 설마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렇게 처음에는 '언더도그마'라고 이름붙인 그 현상들에 대해 비웃는 것 같던 저자는 마지막 장에 가서 유명 정치인들이 언더도그마 행세를 하며 권력을 차지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저자가 언더도그마라고 부르는 현상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실패했다기보다 정치 홍보가답게 모든 걸 자극적으로 단순화시키고 단기간에 다수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파편화시킨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말하는 대로 '언더도그마'는 이미 권력을 가진 강자가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하고자 만들어낸 개념이다. 약자이자 소수인 자들, 즉 이 책에서 '언더도그'라고 부르는 이들이 가진 아주 작은 힘조차 남기지 않고 차지하려고 내건 '소수라는 이름에 현혹되고 속지 말자, 약하다고 선한 것은 아니다' 와 같은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그친다면 저자(혹은 이 책)와 똑같은 상태에 머물고 만다.
그가 '보수' 정치인들을 위해 일해온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가 이 책에서 공격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보면 모두 '진보 정치인들' 뿐이다. (너무도 쉽게 이런 지점이 보인다. 그가 언더도그마를 다루는 태도의 깊이는 너무 얕다!) 결국 그가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언더도그마'라고 볼 수 있는 현상의 실존 여부도, 이런 현상은 만들어진 허상이니 깨어나야 한다는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단순히 정치적 보수주의자로서, 또 그 역할로 돈을 벌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강자'들을 견제하고 싶었던 듯하다.
언더도그마는 분명 그 자체로서 음모다. 이 "사상(사상이라는 단어는 너무 의미가 강하지 않냐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 사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언더도그마라는 개념에 묻어있다고 생각한다)"은 수많은 음모에 대항하고 약자들을 지켜내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은, 언더도그마가 약자들이 만들어낸 음모라는 얘기가 전혀 아니다. 반대로, 언더도그마는 더욱 더 막강하고 완벽한 강자가 되고 싶은 강자들이 만들어낸 궤변이다. 힘없고 적은 수인 약한 집단(언더도그)에게 지지를 보내고 약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귀담아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두려워하는 강자들이 만들어낸 음모, 약자라고 분류되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권력을 소유하게 되고, 그들의 논리와 의지대로 대중을 움직이게 될 것을 두려워한 강자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루머다. 나아가 사실 가진 힘이 전혀 없는 약자들을 들먹이며 강자들이 이렇게 두려움에 떨고 과장된 행동을 취하는 진짜 이유는, 강자들 간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다. 언더도그마주의는 강자들이 약자들의 힘을 빼앗아가려는 수단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자신과 경쟁 관계에 놓여있는 다른 강자를 비난하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더 늘리지 못하도록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수단인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도 언더도그마라는 현상의 존재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언더도그마라는 현상은 분명 실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만을 보고서는 그 현상이 얼마나 확실하게 존재하는지 도무지 느낄 수 없었다. 강자들 중 하나로써, 자신을 제외한 집단은 모두 비논리적인 자들로 치부하는 '정치 전략가'의 얕은 태도만이 느껴진,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얕은' 문장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이런 말들에 고개를 끄덕이고 눈이 휘둥그레지겠지 생각되는 점은 재미있기도 했다. 충분히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읽는다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v.1(21Feb2019 0221)
언더도그마는 그 자체로서 음모다. 이 "사상(사상이라는 단어는 너무 의미가 강하지 않냐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 사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언더도그마라는 개념에 묻어있다고 생각한다)"은 수많은 음모에 대항하고 약자들을 지켜내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말은, 언더도그마가 약자들이 만들어낸 음모라는 얘기가 전혀 아니다. 반대로, 언더도그마는 더욱 더 막강하고 완벽한 강자가 되고 싶은 강자들이 만들어낸 궤변이다. 힘없고 적은 수인 약한 집단(언더도그)에게 지지를 보내고 약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귀담아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두려워하는 강자들이 만들어낸 음모다. 약자라고 분류되는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권력을 소유하게 되고, 그들의 논리와 의지대로 대중을 움직이게 될 것을 두려워한 강자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루머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말에 한 순간도 설득당하지 못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철 트럭에 올라타서 자기 멋에 취해 되는대로 소리치고 떠나는 여느 정치인의 말과 다름없이 느껴졌다. 저자는 이스라엘, 캐나다 등에서 꽤 인지있는 (보수)정치인의 당선을 이루어낸 '전략가'라고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단순히 덩치 큰 강자, 특히 정치적으로 그러한 인물의 편에 서 있는 전형적인 "홍보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언더도그마주의'를 보여준다는 유명인사, 매체들의 말은 대부분 앞뒤 맥락이 다 잘려있다. 임의로 특정 문장 한 두 개를 보고 단정지어 판단해버리고 또 독자들이 그러게끔 썼다고 느꼈다. 하지만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고 능동적으로 '읽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짜깁기한 문장들이 얼마나 허술하고 얇은 껍질인지 쉽게 느끼리라 생각한다.
'언더도그마'라고 느껴지는 현상, 약자라면 선하다고 먼저 생각하려는 태도가 왜 나타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보이는 단편적인 현상들을 수집하는 것보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과 관찰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책에 나와있는 다양한 예시 상황들-테러리스트에 대한 얘기, 총기난사범에 대한 얘기 등은 모두, 각각 복잡하게 얽힌 배경,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했을 때에만 사람들의 반응-언더도그마라고 책에서 단정지어 비판하고 있는 그것을 이해하고 나 자신의 입장도 분명하게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단편적인 문장 한 개로 이 복잡한 상황을 비논리적인 모습으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수적으로 작고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지위나 힘이 약하다고 해서 그 집단의 편을 들어줘야하는 것은 당연히, 그리고 절대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저자가 '언더도그마주의'라고 단정지은 수많은 예시들은 단순히 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이유로 선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뒤에 얽히고 섥힌 복잡한 이야기가 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역사적으로 쌓아올려진 배경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저자가 언더도그마주의라고 말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꾸만 들게 한다(정말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 홍보가답게 모든 걸 자극적으로 단순화시키고 단기간에 다수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파편화시킨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언더도그마라는 개념은 이미 강자로 분류되는 자들이 좁쌀만 한 힘까지도 남기지 않고 모두 쓸어모으고자 만들어낸 게 분명해져버린다.약자이자 소수인 자들, 즉 이 책에서 '언더도그'라고 부르는 이들이 가진 아주 작은 힘조차 남기지 않고 차지하고자 '언더도그주의'같은 개념을 만들어내고 소수라는 이름에 현혹되고 속지 말자, 약하다고 선한 것은 아니다, 와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 것이다.
언더도그마라는 현상은 분명 실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만을 보고서는 그 현상이 얼마나 확실하게 존재하는지 도무지 느낄 수가 없다. 강자의 편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자신을 제외한 집단은 모두 비논리적인 자들로 치부해온 '정치 전략가'의 얕은 태도만이 느껴졌던,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얕은' 문장들을 보면서 내가 'PC함'에 대해 평소 얼마나 깊이있고 진지하게 생각했었나 돌아볼 수 있는 기회 삼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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