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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 건지 사실 잘 몰랐다. 좀 지나치게 진지한 자세로 집중하거나, 그 내용에 아주 빠져들려고 오히려 힘을 주고 애썼던 것 같다. 헤드스페이스에서 통증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볼 때도 그 말에 집중하느라고 힘이 빠지지가 않았다. 점심마다 아침마다 가는 명상실에서는 단순히 자연스럽게 누워서 쉬는 게 솔직한 목적이었고.

지금도 물론 명상이 뭔지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른다. 모르지만, 아주 조금은 달라진 게 있다. 4개월이나 지나고 나서야 느껴진 건데, 이게 어쩌면 빠른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하고.

집에 있을 때는 잠들기 전까지 자꾸 핸드폰을 붙들고 있고, 또 페브의 관심을 끌려고 자꾸만 애쓰다보니 힘이 안 빠지긴 한다. 쉽지 않긴 한데, 오늘 아침에는 화장실 들어갔을 때 밖에서 애애옹애옹 우월 하고 우는 데 가만히 있었다. 며칠 전까지는 대꾸해주고 문은 안 열어도 왜애~! 페브~!! 하고 안에서 나도 소리쳐주곤 했는데, 최근 일주 정도 내가 이렇게 반응을 보이고 호응(!)을 하는 게 애를 더 불안하게 하거나 안 좋은 습관을 기러주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바로 했다.

 

명상을 하면서 '현재 상태에 집중하기', '현재로 돌아오기'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나는 여기에 집중을 하고 있다. 애써서 집중하는 것은 아니고, 명상을 하면서 내가 잠이 들든, 멍때리는 상태로 빠져들든 그건 상관 없다. 다른 생각들 - 특히 나는 앞으로 해야 할 것들, 일정과 계획, 시간을 엄청나게 많이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걸 상담하면서 말해본 적도 있는데, 이 생각하는 것을 순간 멈추는 게 요새 된다.

이거 끝나고, 이따가. 어디에 가서. 어느 자리에 앉으면 그때 생각해야지. 라고 딱 스위치를 끄고 혹은 문을 닫고 나면, 그냥 현재 상태의 내가 보인다. 내가 누워있거나 앉아있는 그 순간-시간과 장소-공간. 거기로 돌아온다. 두 발이 바닥에 딱 닿는 느낌이 상상속에서 들고, 그러면 뭔가 평온-까지는 늘 가지 못하긴 하지만, 차분해진다(끄럼 대번에 잠이 들기도..).

 

얼마 전에 명상 선생님이 도움이 좀 되는지, 좀 나아지는지, 어떤지 물어보셨는데, 그냥 좀 일찍 가면 사람들이 오기 전 시간에 말을 종종 붙이시는 분이라 나한테도 그런 차원에서 말을 시키신 건데, 그떄도 이 말을 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내가 머릿 속에 이 생각을 담게 되었고, 온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발을 이 땅에, 현실에, 현재의 시간에 디디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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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내려왔는데, 거기 있는 카페에서 패스츄리류를 팔아서 빵냄새가 많이 난다.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긴 하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궁금했어서 두 번 갔었다.

처음 갔을 때는 아침에 일찍 가서 브런치로 프렌치토스트랑 커피를 마셨고, 카페에 고양이 상담글(피부땜에) 쓰다가 울고 그랬다. 아빠랑 전화도 했었고.

두 번째는 주말 오후에 어디에 가서 시간 보낼까 하다가 여기 간 건데, 사람이 너무 많았고, 시킨 음료가 딸기 어쩌고인데 커피가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냥 딸기우유 음료여서 실망하고 대충 먹고 빨리 나왔었다.

그건 그렇고, 하려던 얘기는.

엘리베이터에 할머니랑 초등학교 저학년(어린 아이는 1학년 또는 7살?)으로 보이는 형제가 탔는데 더 어린 아이가, 빵냄새가 나니

"여기 빵 너무 비싸요. 빵 한 개에 만 몇천원이에요. 여기 비싸요." 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배고프다, 빵 냄새 난다, 빵 살까 그런 얘기가 나왔던 거 같은데, 할머니와 아이들의 대화는 빵 사먹을까, 아니 참고 집에 가자 (다른 거 먹자), 여기 비싸다, 그치?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보통 송도에서 듣기 어려운 대화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왜 내 어린 시절 모습이 겹쳐졌는지 모르겠다. 분명하게 그런 경험은 없었던 것 같은데.

 

어린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아무래도 나는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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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너무 내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계획세우기 없이 어찌어찌 고양이만 열심히 챙기고 있다. 다음주에 첨으로 이틀 비워서 친구 도움도 구해놓고... 체력도 떨어지고 피로도 쌓이고, 회사에 오면 공조때문인지 컨디션 정말 더 안좋아지고 힘드네.

그래서 어제-그제였나 어제-그그제였나, 그제-그그제였나가 지금 또 헷갈리고 있는데... 기록을 살펴봐야겠고.

지난달에 두번 정도 들었던, 밤에 선반/해먹 올라갈 때 아르르 하면서 올라가는 음이라고 생각했던 소리도 이 소리였나? 하고 잠깐 생각도 들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DeJ-XmmrFc4

 

이 영상에 짤막하게 소리가 들어가있어서 좋았다.

 

지난 주말 오후에 나를 보면서 목쉰소리로 먀-먀- 하던건 좋은 신호라고 생각되어서 기분이 좋지만...

암튼 이번주 이틀동안 새벽 4시, 그리고 어젠 내가 11시에 눕고 11:30에 바로 yowling하는 거 같이 우루룽~ 하는데 올라갔다가 끝이 내려가는 소리를 냈고, 목소리가 더 커졌다.

 

화요일 오전에 창문 고치느라 아저씨 두 분이 오셨고, 그때문에 목요일 저녁부터 질켄을 계속 급여하고 있어서인지 애가 잠이 많아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장 옆에 벽보고 앉아서 잔뜩 겁먹어 긴장했고, 그 탓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

화요일에 퇴근하고 오니 나오고 눈도 깜박이긴 했지만(아침에 그 상태에서도 깜박은 함..) 좀 더 경계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뭔가 터치, 쓰담, 손에 긍정강화를 이제 시작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다가도 지금 다시 좀 기다려야하나 싶다가도 왔다갔다.. 아주 정신없이 늘어져서 잠에 빠진 듯 해먹과 선반에서 잠을 자곤 한다... 저녁먹는 시간도 좀 늦어지는 거 같고. 밥 차리면 와있었는데 그러질 않는다.

어제는 저녁 밥도 반 가까이 남겼는데 질켄과 유산균 가루에 이제 먹기 싫어진 걸 수도 있고(첨에 진균제 때 생각하면..) 오전에 트릿을 네개 장난감에 넣고 갔는데 - 겨우 네 갠데? 겨우가 아닌가? ㅜ

암튼.. 이빨과자도 잘 안 먹는데다가 발톱이 정말 갈고리처럼 긴 게 보여서 손을 태워야하는데... 하고 신경이 많이 쓰이긴 한다..

 

왠지 감자가 조금 작아진 게 아닌가 싶고 너무 자느라 그런지 감자 수가 줄었나 싶기도 한데 숫자 자체는 비슷한 건데 내가 착각하는 거 같기도 하고... 두 번째 조금 입자 커진 버터치즈 모래가 영 맘에 안들기도 하는데(내가!), 애는 잘 보면 결국 에버크린보다는 버터치즈 화장실에서 볼일을 더 많이 봐서.. 이거 위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암튼.. 어젠 네번이나 연속으로 울길래 설마 화장실에서 우나? 하고 보니 화장실에 앉아있다가 나와서 카펫에서 울었고, 며칠전에도 모래파다 나와서 카펫에서 울었고, 그리고 또 해먹 올라가서 바로 두번 크게 울었으니 이게 뭘까 싶다.

영상에서 보면 웅얼웅얼 불만의 소리같기도 하고, 발정소리같기도 해서 둘 중 대체 뭘까...

지난 11월에야 중성화를 했다고 했고 당시 마취됐던 사진도 봤는데, 7월에 꼭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볼 수 있음 좋겠다. 찾아보니 중성화를 늦게 한 경우 습관처럼 울 수도 있다고 하지만...

또 불만섞인 소리였어서 어디가 불편한 거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고... 만져볼 수 없으니 걱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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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0)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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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존재라서 더 잘 보살펴줘야한다, 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흔한 말이라서기보다 단순히 약하니까 잘해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잘 보살펴준다, 그러니까 잘해줘야한다는 말이 괴롭거나 아프게 하지 않는 것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부족하다.

마음대로 움직이거나(외출이나 이동),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반려동물은 살기 위해 필수적인 움직임과 먹는 것을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먹기 싫은 것은 먹지 않기도 하고, 지나치게 많이 먹기도 하지만, 일단 먹을 것을 사람이 제공하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다. 또, 살고 있는 환경도 사람이 제한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살아남고, 그 다음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을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사람 아기와 사실 마찬가지다.

사람 아기의 경우 점점 자라나면서 능력이 많아지고, 보호자(주로 부모)가 움직임과 먹는 것을 제공하거나 관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거의 영원히 이것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덩치가 커진다 하더라도, 이 세상과 환경은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사람의 아기는 사람에게서 태어난다. 즉, 성인인 사람이 원하거나, 의도하거나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이 사는 세상에 낳는다. 그런데 반려동물들은 그렇지가 않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데 사람이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러니까 더욱 책임을 져야한다. 원래 살던 세상과 똑같이는 못하더라도(그럼 돌려보내주거나 이 세상을 원래로 돌려놔야지) 그들이 살아남고, 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게 책임이다.

여기에 하나 더해 반려동물을 돌보는 사람 보호자는 반려동물을 선택한다는 사실이 있다. 마치 부모가 아이를 낳는 것을 선택했듯, 사람은 반려동물을 선택하고, 이 과정에서 사람은 많은, 이라고 하기에도 부적절한, 온전하고 독점적인 선택권과 힘을 가진다. 사람 아이조차 성장하면서 '부모(와 원가족)는 내가 선택할 수 없었음'으로 인해 많은 좋고/나쁜 일들을 겪게 되고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임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반려동물은 어떨까. 그들은 선택당했고, 어찌보면 데려와진 것이다. 보호라는 말도 명목이라는 걸 인정해야한다.

이런 사실들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단순히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작고, 말도 못하는, 약한 존재라서 보살펴줘야한다, 라는 말이 얼마나 부족한지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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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소리  (1)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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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번 국도 2024. 4. 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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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진을 좋아했을까.

문득 그림들을 찍은 사진을 보다가, 생각이 든다. 모두 다 똑같아보이는 장면 속에서 무엇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그때는 그걸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분명히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은 사진을 보러 가지 않는다. 사진전을 마지막으로 본 게 대체 언제인지 모르겠다. 사진을 보는 것보다 그냥 내 눈 앞에 보이는 것들 중에서, 내 시야로 한정되는 이 화각 안에서 이미 나는 특정한 한 두개에밖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에너지가 떨어져있다. 애쓰고 의도하지 않아도 이미 에너지가 그것밖에 없기 때문에 한두가지에밖에 집중하지 못하고 한두가지밖에 담지 못하게 됐다.

 

예전에 사진을 찍을 때에도 사람을 찍는 건 하지 못했다. 멀리 보이는 것들, 자연의 수많은 것들은 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어울렸고, 사진에도 그것을 그대로 담으려고 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는 사람이 없는 사진이 재미가 없다.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것도 얼굴이, 표정이 드러나야 사진같다. 그렇지 않은 건 그냥 의미없는 종이조각 정도의 느낌밖에 주지 못한다. 색도 없고 이야기도 없는 그런,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거나 써지지 않은 종이같다.

 

'구성'이란 말을 처음 접했던 건 8살때였다. 내가 그만할 때, 컴퓨터는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빠였던가 옆집 언니였던가가 그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모니터 앞에 앉아 그림판을 켜고 동그라미, 네모 같은 것들을 서로 겹쳐지게 그려댔다. 두 도형이 겹쳐져 생긴 더 작은 도형들이 있었고, 각각의 칸을 색칠하며 '구성'이라는 이름의 파일로 저장했다.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것, 사람이 만든 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 그 자체도.

 

원래 거기 있던 것, 그 안에서 아무리 많은 요소가 뒤섞여도 아름다운 그것만이 좋았다.

 

그런 건 눈앞에서 다 바람처럼 흩어지고, 흩어져 사라지는 듯하다 눈을 비비고 보면 그자리에  여전히 그대로 있고. 그런 이상한 것들은 사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몰랐다. 다 사진처럼 담아두고 멈춰세워둘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진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사진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 모든 걸 한데 담아두고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집중해볼 수 있을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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