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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쪽가게에서 샀다. 사장님이 좋아하는 책이라서 이 책을 찾으니 반갑다고 말씀해주셔서 나도 기뻤다. 그 책을 사면서 몇 마디를 더 나눴고,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아졌다.

 

마이클식당 계정 때문에 나무님을 알게 됐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짧은 손그림 만화가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그의 무덤덤하지만 마음 속에 가득한 사랑과, 그 사랑에 뒤얽힌 상처가 보이고 느껴지는 것 같은 게 좋았다.

 

나무님은 어린이일 때가 가장 사랑이 많았던 때라고 말한다. 모두에게나 그럴까-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무님과 원일이는 정말 그랬을 것 같다. 어려움과 이해할 수 없음, 그로 인한 슬픔을 모두 견디고 지금 어른이 되느라고 사랑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그 사랑이 많았던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지 사랑 많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무조건 꽁꽁 싸매고 숨기고 파묻어 없애버린다. 어떤 사람은 상처를 마구 벌려놓고 크게 소리지르고 화를 낸다. 그런데 나무님은 상처를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 같았다. 방치가 아니라, 그냥 앞에 두고 이렇게 - 보고 있는 느낌. 그리고 누가 지나가면서 음? 하고 그 상처를 같이 보기도 하고, 보지도 않고 지나가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은 그 상처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겠지, 또 그러다 살짝 웃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가만가만 자신을 들여다보는 나무님을 정말 응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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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읽고 난 Y는 이것이 '사랑'이야기라고 했다.

책의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나는 그 장면과 냄새와, 질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머릿속에 '역겹다'는 단어가 자꾸만 떠올랐다. 구병모의 소설 일부가 떠오르기도 하는 잔혹하고 역겨운 장면들.
배경과 환경이 그렇게 갖춰지면서 오히려 구와 담의 사랑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서 볼 수 있는 형태로 보였다. 이 생각이 이 소설에 대해 자꾸만 거리를 두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Y가 이 이야기가 '사랑'이라고 한 것은 '네가 있는 곳에 내가 있고, 내가 있는 곳엔 네가 있을거야'라는 주문처럼 반복되는 담과 구의 말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고통스럽게 구를 먹는 담, 구가 죽고 나서야 고통스럽다고, 괴롭다고 말하고 우는 담에게 구는 너와 내가 항상 함께라는 걸 증명한 것 같다. 세상에 어떻게 해서도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이 존재한다는 걸 죽어서야 증명했고, 증명했지만 그 사실을 또 담에게 말할 수는 없는 구.

그런 둘을 어딘가에서 늘 걱정하고 있을 이모와, 그런 둘이 늘 걱정하고 있는 어딘가의 노마.

'어떤 일이 있어도'라는 걸 보여주려면 이런 역겹기까지 한 설정이 꼭 필요했던지 모른다. 정말로.

기도처럼 반복되는, 서로의 말이 대구하는, 절대 끊어지고 멀어지고 사라질 수 없는 관계들이 세상에 있다는 걸,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걸 증명하는 이야기. 그런 상황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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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아요 (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제목이 매우 강렬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실제로 아주 강렬했다.

'채플런'이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듣거나 내가 잠깐 보았던 호스피스나 간병인, 병원 등에 찾아오는 종교인들과는 전혀 다른 일이고 역할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저자인 케리 이건 역시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책 제목처럼, 사는 것은 단 하루도 쉽지 않다. 행복-까지는 가지도 않고, 편안하게라도 사는 것은 (단 하루, 가 아닌 단 한 순간이라 해도 맞을 만큼) 정말 더 쉽지 않다.

그리고 누구도 그렇게, 살도록 도와줄 수 없다. 채플런으로서 케리 이건 역시 누군가 '살게' 도와주지는 못했다. 멋있었던 것은 그녀가 그렇게 누가 '살게' 도와주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끊임없이 내가 무엇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할 것만 같아서다. 그저 정해진 시간동안 옆에 있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이야기하기 원하지 않으면 굳이 이야기해달라고 하지도 않고. '존재'해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래서 너무 멋있고 감동적이었다.

그녀 스스로가 먼저 아주 힘든 시간을 거쳐왔는데, 그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거나 얘기하지 않고, 또 그것을 대단하거나 특별한 것이라고 계속 생각하지 않는 점도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하면서 대단하게 보였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원하는 것도, 그녀에게 보인 태도나 행동들도 모두 다 달랐지만, 그녀는 매번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와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서로에게 뭔가를 꼭 내어주거나 서로에게서 받아서 변하고 달라지고 하지 않았다. 그것이 적어도 내가(사회가 다 그렇다고는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 쉽게 떠올리는 간병인/호스피스/종교인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환자라던지)의 관계이고 그들 사이에서 쉽게 보이거나 상상된느 모습인데 채플런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녀가 보여준 채플런과 환자들의 관계는 그랬따. 서로의 곁에 잠깐이라도 '존재'해줌으로써 둘 다 원래의 자기자신의 상태로, 완전히 평정한 상태로 순간적으로나마 돌아갈 수 있었던 것. 그게 그녀와 그녀가 만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전부다. 엄청난 아픔을 겪었던 그녀라서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대단하고 또 아름다웠다.

영화 <마우스풀 오브 에어>도 잠깐 떠오름.

 

2. 겨울 일기

올해 초 폴 오스터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그에 대한 여러 구설수들이 다시 기사에 뜨기도 했다. 미뤄뒀다가 대충 읽곤 했는데, 누가 뭐래도 폴 오스터는 내가 20대에 읽었던 이야기의 별이다. 한창 폴 오스터의 소설만 주구장창 읽던 때가 있었다. "우연의 미학"이라고 하는, 그만의 글에 완전히 매혹됐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걸 생각했지? 하면서 눈물 글썽거리기도 하고 숨을 헉 들이쉬기도 하면서 열심히 읽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이후에 존 쿳시와 나눈 편지를 엮은 글도 정말 재미있었고. 물론 번역도 매우 좋았던 거지만, 그의 문장은 정말 재치있고 재미를 담고 있었다.. 건드리면 동굴처럼 낮게 우우웅 하고 소리를 낼 것만 같은 문장들.

겨울 일기는 그의 자서전같은 수필이다. 특이한 점은 살았던 장소를 기준으로 시간에 따라 글이 이어진다는 점. 생각해보면폴 오스터의 소설들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고정된 하나의 장소였던 것 같다. 그 장소들을 움직이는 인물들도 당연히 엄청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장소가 차지하는 역할이 꽤 컸던 것 같고, 새삼 지금 독후기록을 남기면서 생각하니 폴오스터라는 사람이 장소를 엄청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읽은 그의 문장들, 물흐르는듯 따라가다보면 뭔가 나도 모르는 세계에 와있는 것 같게 만드는 그의 글솜씨. 여전히 매력적이고 나는 그의 글이 너무 인간적이라고 느껴진다. 좋았다.

 

3. 그림책들 - 은 회사 점심명상에서 그림책명상을 해서 우르르 읽었던 것들을 기록했다.

 

4. 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의 속편.

이야기는 이전과 아주 비슷한 형태로 이어지고, 결국에 둘이 만나서 함께하게 되었다는 결말 (갑자기 스포).

특이점은 없었고..... 대화는 전편보다 조금 더 진부해졌으며, 슬프게도 재미없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6월이 되었고, 책은 두 권을 겨우 읽었다.

페브랑 노는 시간, 페브한테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집에서 폰을 붙잡고 있다가 잠들어버리기 일쑤였다. 주로 인더섬을 하다가...

안온을 4월부터 갔는데 5월엔 책을 꽤 읽었으니 안온에 가느라..는 아니었다. ㅎㅎ

 

1. 파과

구병모의 소설으로 <아가미>만 떠올렸는데 <위저드 베이커리>가 있었구나.

뮤지컬과는 정말 달랐다. 그리고 뮤지컬을 먼저 본 게 정말 잘한 것 같았다. 순서가 많이 달랐는데, 뮤지컬은 그렇게 순서 구성을 해야만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책은 조금 더 자세하게 묘사한달까, 좀 더 서술이 많다보니 이해하기가 더 수월했다.

그리고 뮤지컬보다 좀 더 어둡고 좀 더 잔인한 것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다시 떠올리게 했고.

뮤지컬을 보면서는 엄청 오열했는데...... 책을 보면서는 감정에 휩쓸리거나 슬프고 눈물나고 그런 건 없고 오히려 머릿속에 "왜?"가 계속 떠있었다.

왜 투우는 손톱에게 그랬을까? 투우는 손톱에게 대체 뭘 원한걸까? 그녀에게서 뭘 그렇게 찾은 걸까?

과유불급 책모임에서 이 의문을 얘기했을 땐 투우가 진짜 사이코패스적인 사람같다고 했다. 음 그럴 수 있겠군. 이해가 가버림...

 

2. 스톤매트리스

리뷰이벤트 신청해서 받은 책.

2024.06.09 - [敖번 국도/책] - [스톤매트리스] 마거릿애트우드

받고보니 띠지에 <케빈에 대하여> 원작이 있다고 해서 오, 하고 기대하며 읽었으나 다 읽고 나서까지 어떤 글이 <케빈에 대하여> 원작인지 모르겠다.

마거릿 애트우드, 이름은 정말 많이들어본 작가이나 글을 읽은 건 처음이었다.

단편집인데, 처음 세 편이 연작소설처럼 이어지는 점이 재미있었고, 또 주인공들이 대체로 나이든 사람이라는 점도 되게 흥미로운 점이었다.

 

1. 패배의 신호

사강을 한때 정말로 많이 좋아했었다. 돌이켜보니 20대 초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진짜 좋아했었던 글인데, 이번에 율리가 읽고, 과유불급에서 다같이 읽자고 해서 나도 기억이 너무 흐려 다시 읽었다.

하지만 중간까지 읽고 5회차 모임 하고 멈춤 ㅋㅋ

2012.05.19 - [敖번 국도/책]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 사강

사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내 상황이랑 정말 "똑같은" 상황을 얘기한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런 소설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억지를 부려가며 그런 소설을 찾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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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가 이 글을 읽은 것 같아서 나도 다시 찾아봤는데 와.. 진짜 어렸다. 글부터. ㅋㅋ

2012년이니까,, 내가 그떄 소개팅하고 잠깐 만났던 사람을 나도 그 사람도 서로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서도 약간 전시성으로 서로를 계속 사귀고 있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책을 절반 정도 다시 읽고, 패배의 신호를 읽었는데, 확실히 이 두 소설에 대해 사강의 20대와 30대 때 시선이라고 말한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예쁘고 잘생기고 돈 많고, 한 눈에 서로 반하고 사랑하고, 하는 사강 소설의 그 전제조건은 참... 공감하기 힘들었고^^

과유불급 책모임에서 다같이 말했듯 프랑스, 파리, 그리고 당시(196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게 사실인데, 그만큼 공감하기 어렵다는 뜻인것같다.ㅋㅋㅋ

하지만, 과유불급 책모임에서 얘기하다 생각한 것은 패배의 신호에서는 진짜 그 누구도 나쁘거나 흠잡을 사람은 없고, 단지 각자의 인생관이나 타고난 성격이 다를 뿐이다, 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고, 이게 생각해보니 참 좋았다는 거다.

또, 사강의 심리묘사는 정말 엄청나게 대단하고...

남성의 시선으로 이 소설을 봤을 떈 어떤 느낌이 들까도 너무너무 궁금하고.

 

2. 작은 파티 드레스

1984books에서 나온 (지 좀 된) 크리스티앙 보뱅의 산문집.

1984books는 아니 에르노 책을 펴낸 것 때문에 알게 되었고, 아니 에르노의 글을 워낙 좋아해서 이 출판사도 좋아해왔다(글씨체가 예쁘고 종이가 두꺼워요).

그런데 작년엔가 읽었던 책이 산문집인 줄 알았는데 너무 시같지 않았나... 하고 리더스를 살펴보니 <어느 삶의 음악>이 보이고 이 책은 또한 너무나도 좋았었지... ㅎㅎ

보뱅의 글 역시 너무나도 시같고 음악같은 산문이었다.

서담숲에서 밤에 읽으려다 반쯤 읽고 숙취도 있고 집중도 안되어 덮었다가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마저 읽었다.

산문이긴 하지만 저자가 화자로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삼자로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서 특이하다. 누군가에게서 온 편지, 누군가에게서 들리는 소리, 어디선가 보이는 영상같은 것을 두고 나지막히 읊조리는 느낌. 하지만 실린 아홉 편의 글들 모두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다. 결국 남아있는 사랑. 이런 사람의 사랑, 저런 상황의 사랑.

책을 읽는데 이런 짧은 글이 왜이렇게 잘 안 읽히지, 했지만 맨 뒤에 편집자의 글에서 이 책은 잦은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는 말을 보고 안도했다.

천천히, 그리고 찬찬히 읽고 나면 저자가 보여준 모든 풍경과 들려준 이야기 속 사람들이 마음 속에 잔잔하고 짙은 사랑을 갖고있다는 게, 입안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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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여전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봤다.

1. 고양이 철학자, 루푸스

읽을 책 목록을 여기저기 엄청나게 써두었어서 거기서 책을 먼저 골라읽기로 했다. 고양이도 데려올거고 하니 이 책을 빌렸고.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철학에 대해 고양이 '루푸스'가 크리스마스 이브 밤동안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어서 집사에게 얘기해주는 형식이다.

형식이 너무 귀엽고요~ 내용은 여느 인생철학, 자기계발서 느낌.ㅎㅎ

 

2. 자기만의 방으로

오후의 소묘 리뷰이벤트를 신청해서 받았다.

여성 작가들이 자기만의 방에서 쓴 글 모음인데, 아무래도 나는 신예희 작가 글은 마음에 안들었다.ㅎㅎ

펜그림으로 작가들의 방을 그린 삽화가 들어있는데, 굉장히 따뜻한 느낌이다. 오후의 소묘 책이라는 느낌이 드는.

2024.02.06 - [敖번 국도/책] - [자기만의 방으로] 오후의 소묘

 

[자기만의 방으로] 오후의 소묘

자기만의 방을 갖기 위한 분투나 어려움, 이 아닌 자기만의 방을 가진 기쁨과 행복, 그리고 그 안에서 나에게 보이는 것들이 따뜻하다. 덕분에 나도 나만의 방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웃음짓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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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 썸네일이 이만하게 들어가다니...)

 

3. 관객모독

워낙 유명한 고전이고, 도서관 서가에서 눈에 띄어 빌렸다.

정말 이상한 글이다! 무대 위에서 연극이 진행되는데, 그 무대 위의 배우는 관객을 끊임없이 모독한다. 도대체 극이 시작된 것인지 끝난 것인지도 알 수 없고,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뭐라고 한다.

당시에도 이런 형식의 글은 처음이라서 굉장히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나치'라는 말이 직접 나오기도 해서, 어쩌면 무언가를 대상화하고 상징하는 글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언어유희' 그 자체인 글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 우리가 상식적으로 하는 생각인, 단어가 문장이되고 문장이 문단이 되고 그것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 극이 된다, 는 것 자체를 작가는 파괴하고 싶었던 건지 모른다. 그 자리에 있는 무대 위의 사람과 관객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이전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글을 통해 얘기하려했던 것 같다.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진짜 소통하는 게 아니라는 것. 단어는 다 의미가 없다, 무대에서 아무리 이야기를 재연하고 그것을 이해한 척 관객은 유심히 듣고 바라보고, 극이 끝난 뒤 서로 이야기를 나눈지만 그 모든 순간에서 배우든 관객이든 머릿속에는 다 딴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냐고 외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3월은 한 권도 완독을 하지 않았고.


4월에는 제주도를 두 번이나 갔다왔다. 엄마아빠가 한달살기 하시는 동안.

제주도에 갔다오는 동안 책을 많이 읽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책을 읽을 틈은 많지 않았다.

1. 3차면접에서 돌발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박지리 작가의 이 책은 서희의 블로그에서 보고 얇고 짧길래 빌려서 제주에내려가면서 무지 많이 읽고 올라올 때까지 (지하철에서 마저)다 읽었다.

대학원 때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공연을 보고 서희가 말해줬던 기억이 나는데, 아직까지 그 책도 읽지도 않았네.

이 책, 정말 무지하게 재밌었다. 어둡고 미스테리한 글이지만, 처음 부분과 끝부분의 장면이 겹치면서 인물도 묘하게 다시 중복되는 것만 같고 굉장히 이상했다.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은 어떻게 보면 약간 허무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작가가 사소한 사람의 머릿속 생각 하나가 얼마나 커다랗게 부풀려질 수 있는지를 정말 엄청난 이야기로 만들어낸 것 같다. 다 읽고 나면 이거 다 꿈이거나 상상이었던 거 아니야? 싶기도 할 정도.

이 책의 장면이 최근 인사이드아웃2를 보면서 또 떠오르기도 했고..

 

2. 슬램덩크

6층 휴게실에 있는 걸 보고 읽어야지 생각하면서 토요일에 두번 빨래하고 하면서 읽었는데 뭐 계속 찾아가서 읽게는 안되고 ㅎ

 

3.와인이 이어준 우리

과유불급 책모임에 가서 별로라고 계속 말하기는 했다. ㅎㅎㅎ

포트포인트 사장님이 빌려주신 건데 지금 7월 13일인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으신 것 같고...... 너무 오래 들고 다녀서 책도 약간 꼬질해진 것 같고......

내추럴 와인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지고, 당장이라도 마시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좋은 책인데(제목은 정말 끝내주지 않는지?), 전형적인 미국 백인 여성의 남성관, 연애관, 로맨스 판타지가 너무나도 여실하게 반영된 책이라서 아주 질리고 물리고 짜증스럽기도 했다 ^^.

호주남자 귀여워 --- 내추럴 와인 메이커 힙해 --- 이런 ......

네 작가님 화이팅하시고 인생 즐기시고...

 

4.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도대체 몇 년 전인지? 2015년에 낭만서점에서 듣고 꼭 읽어보고 싶다, 또는 나도 카페에서 주위르 관찰하고 엿들으며 그걸로 글을 써보고 싶다, 고 생각했는데 2024년이나 되어서 드디어 읽었다. 편지 형식의 글이고 굉장히 빨리 읽히긴 한다. 율리가 읽어봤다고 했고, 공감이 잘 안 된다고 했는데 나도 그 말에 공감이다. ㅎㅎ 둘이 대체 뭐하는거야? 싶다. ㅋㅋ

뭔가 이메일 형식의 글이라서 그 서체와 말장난이 재밌게 읽히긴 하는데, 마음이 둘 다 이랬다저랬다 하고, 메일을 계속 주고받는 이유도 없고 메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좀 이상하게 느껴지고 납득하기는 힘들다. 물론 첫 메일 이후에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계속 둘의 메일주고받기가 이어져서 처음에 왜 이렇게 둘이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한거야? 란 질문 자체를 잊기는 쉽긴 하다.

에미의 삶, 사랑, 인생관 등에대해서 집중하는 것도 아니고, 레오의 연애관에 대해 집중하는 것도, 두 사람의 서체와 편지 자체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이 얼굴도 본 적없는(그러나 외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것이 틀림없는) 두 남녀가 메일로 계속해서 플러팅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글로 읽혔다...... 읽으면서 끊임없이 풋, 웃고 또 뭐야..? 라고 말하게 되었지만.....(다음달에 나는 이 후속작을 읽는다).

 

5. 천 개의 파랑

기수의 스토리에서 보고 관심을 가졌고, 잊기 전에 얼른 읽어야지! 하며 책을 빌려왔다. 정말 흡입력 있고 문장도 이야기도 주제도 좋았다. 연극도 상당히 궁금해졌고.

환경과 사랑, 사람에 대해 말하는 너무 좋은 소설이었다...... 자세히 설명하기 보다 세상 모두가 이 소설 읽어줘...

 

6. 고양이에 대하여

캐나다 갔을 때 오빠가 레포트 쓴다고 얘기 꺼내서 이름 처음 알게 된 작가, 찰스 부코스키.

근데 그의 글은 정작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대부분 시여서 찾아읽지 않았던 것도 같고.

산문 3부작이 나와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서가에서 이 책이 먼저 눈에 띄여서 빌렸다.

그가 함께 살았던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냥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얘기.

너무 귀엽고 읽다보면 공감되어서 웃음이 지어진다. 고양이는 정말...... 신기해......

 

7.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하나

서가에 고양이가 제목에 들어간 책이 좀 모여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책도 제목을 몇 번 들어봤는데 여러권짜리인 줄은 몰랐다. 카모메 식당이 떠오르기도 하고... 일본소설 느낌이 솔솔 풍겨오는 따뜻하고 빵냄새 나는 책인데, 약간 너무 소설스럽달까. 나는 이제 그런 건 조금 거부감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거부감, 이라기 보다 '이건 소설이야. 현실 불가.'라는 책갈피를 손에 들고 책을 읽는달까.

고양이도 등장하는데, 여러모로 따뜻하고 좋은 이야기이고 둘에서 어떻게 될지도 궁금한데, 손이 그쪽으로 찾아가지는 않네... 언제 여유 있을 때 속편 빌려 읽어야지(이 책 이야기 마저 알아가는 것보다 내가 임장가는 게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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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는 그래도 송도 돌아오고 나서 다시 도서관도 가고 읽던 책들도 다 읽으려고 나름 애썼던 것 같다. 처음으로 송도에서 혜화동까지 대중교통으로 병원도 갔다오고. 고양이를 데려오려고 여러가지고 고민하던 시기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래서 책을 많이 보긴 했다.

1. 바다의 노동자: 드디어 다 읽었다. 제주에 읽으려고 가지고 갔지만, 게으른 하루 숙소에 있던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은 거의 가방에서 무게만 차지했다. 그래도 서울 올라오고 나서 마저 읽고 송도에 와서 끝까지 읽었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었고, 선생님 어떻게 지내시는지 너무 궁금했고 그리웠다.

질리아, 였나. 그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인 것처럼 나왔으나, 바다에서 고군분투하고 돌아온 뒤 그가 사랑한 그 여자(이제 이름이 기억 안 나..)가 약속을 저버리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진정 사랑하는 신부와 결혼할 수 있도록 기지와 용기를 발휘하는 것은 정말 멋있었다. 뭔가 '남자다웠다' '기사도적이다'같은 진부한 말로는 표현하고 싶지도 않고, 맞지도 않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 뒤로 다시 돌아왔을 떄 그를 아들로 삼겠고, (수양)딸을 그에게 주겠다고 하는 그 선장의 마음도 알겠고, 나름 아름다웠으며 그 딸의 마음도... 이해는 갔다.

사람의 인연(운명 아니고)은 미리 정해져있는지도 모르고, 고군분투하고 약속을 하는 것으로 얻어지거나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어쨌든 질리아가 너무너무 멋있었다.

바위틈에서 고군분투하는 질리아의 모습을 보여줄 때 엄청나게 세세한 묘사도 굉장히 멋졌다. 글이 써있는 대로 나는 상상을 온전히 못하는 편이다. 특히 공간적인 것. 그렇지만, 아무튼 멋있다...고 느끼긴 했다. 뭔가 웅장하고 밀물고 썰물이 들이치고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고 비바람이 불고 하는 바다 위 암초 풍경이 정말 생생하게 느껴졌다.

2. 우아한 언어.

제주 세화의 마고책방에서 산 책. 사장님이 표시해놓으신 부분도, 남겨놓으신 메모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집어들었다. 독립출판물이 아니라서 살까말까 망설였지만, 다른 책이 크게 맘에 드는 것이 없어서 결국 샀다.

책이든 영화든 보고 나서 다른 책/영화/인물 등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이 정말 좋은 책/영화 라고 생각하는데, 사장님이 읽다보면 여기에 나오는 책을 보고싶어진다, 라고 하셔서 '딱이다'라고 생각했다.

표지에 써있는 것들이 각 장의 제목이다. 이제 오래되니 책의 구성이나 내용이 정말 기억이 나지않지만... 책은 읽고 나서 미사 서점에 갖다 팔았고 ^^

책 장마다 하나의 사진이 같이 들어있던 게 인터넷 서점 책 소개를 다시 보고 나니 생각이 나네.

이 장을 찍어뒀던 게 컴퓨터에 있다(HEIC 파일이라서 복붙이 안되네).

이 부분, "오만함"에 대한 작가의 말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이제와서, 이십대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게 되는데, 그 마음과 태도, 생각의 차이가 작가가 한 아름다운 사람과 오만함에 대한 말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3. 살림 비용

이건 작년 2월 초. 두번쨰 강연날이었으니까. 마포 도서관에 강연하러 갈 때 엄마랑 같이 가면서 서점책방 리브레에 가서 산 거다. 엄마가 이걸 두고두고 당신이 사줬어야 하는데, 라고 하셨지만 나는 아무 상관이 없는걸...

이 책이 데버라 리비의 세 권짜리 연작인데, 첫 번쨰 책인 <알고싶지 않은 것들>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언젠가 읽어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고, 엄마가 이 책이 작가가 이혼하고 자식들을 분가시키고 혼자 독립하여 살면서 살아가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것이라는 내용때문에 읽고싶어하신 지도 꽤 되어서 구입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좀 공감하기도 힘들고 문장이 아름답거나 하지도 않았던 느낌? 그리고 글씨가 작아서 엄마가 읽기에는 힘이 드셨고...

그래서 이 책도 결국 미사 서점에 갖다 팔았다.

<알고싶지 않은 것들>도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남아공인가에서 흑인이고 소녀로 살아가는 동안 겪었던 드러나지 않지만 너무 와닿는 여러 차별에 대한 이야기였고, 굉장히 재밌고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다.

 

4. 비바,제인

이 책은 시점이 매우 특이했다 제인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 예쁜 여성, 정치스캔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 핵심어들을 들었을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 이야기가 맞는데, 제인을 알고 있는 사람-엄마, 딸, 이웃, 상사 등의 입장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하고 있다. 간접적으로 주위 사람들이 제인에 대한 소문을 제인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하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접하고 피할 수 없는 제인 주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인을 알아가게 된다.

 진짜 좋았다. 새로운 시각의 여성주의 소설이었고,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스캔들 이야기인데 이렇게 재밌다니? 감동적이라니? 하기까지 했다. 시점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그만큼 중요한 것  같고 (역시나 글이 길어짐에 따라 분석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 누구도 어떤 상황이라도 누구를 비난할 수는 없다는, 보편적이지만 정말로 지켜지지 않는 규칙(이걸 규칙이라고 해야하나? 요즘 점점 어휘력이 떨어진다)을 항상 잊지 말아야겠다는... 또 최근에 유진이가 만나서 했던 상대방을 '판단'하지않으려 애쓴다는 얘기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5. 두 늙은 여자

추운 겨울, 이동하던 인디언 부족의 두 노인 여성이 버려진 뒤 살아남는 이야기다. 아주 특별한 지혜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여성, 그리고 노인이 혹독한 조건 속에서 살아남게 되고, 그들이 일궈놓은 새로운 터전에 그들의 자손들이 다시 돌아오게까지 되는 이 이야기를 보고 나면, 지혜라는 것이 특별히 눈에 보이는 무엇이 아니구나. 자연스레 일어나는 일련의 일상적인 일들과, 그 일들이 녹아서 흘러간 시간들이 모여 '지혜'라는 게 드러나는 거구나. 그런 생각도 든다.

그리고 살아간다는 게, 살아남는다는 게 전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고. 아침에 눈을 뜨고, 음식과 물을 먹고, 또 깨끗하게 몸을 씻고 잠자리에서 편안하게 잘 자는 것.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도 생각하게 한다 새삼.

 

6. 한떄 소중했던 것들

이 책이 뭔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아 검색해보니 이기주작가 산문집이네. 언어의 온도, 를 쓴 작가.

어지간히 재미없었나보다

아무 기억이 안남.

 

1월에 책 많이 읽었다. 이제 점점 적게 읽을건데, 여기서 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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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lle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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