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敖번 국도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베라는 남자>  (0) 2022.08.04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프레더릭 와이즈먼  (0) 2021.11.22
[투모로우 랜드] 메모  (0) 2017.08.15
[맨체스터 바이더 씨] 메모  (0) 2017.08.15
[문라이트] 메모  (0) 2017.08.15
Posted by solleap
,
728x90

이걸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진짜,

"장기하씨 똑똑하네"
"이 책 쓰면서 스스로에 대해서까지 이해를 넓혔겠다"

 

그뿐이었다.

솔직한 얘기고, 주관이 꽤 분명한 사람이었지만 글을 쓰기 위해 작은 것들을 부러 분석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논리적 사고가 꽤나 자연스러워서 거부감이 들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다만 책의 초반에 담긴 글들과 후반에 담긴 글에서 얘기하는 내용이 좀 달라지고, 또 감성적인 글은 전--혀 아니라서 감동을 받거나 공감이 되거나 하지는 전--혀 안았다. 글 안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서 정말로 와 장기하씨는 참 똑똑하네. 그전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까지는 잘 몰랐을 수 있지만, 이 책을 쓰면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까지 했네. 하고 말았다.

 

출판사는 문학동네.

책 많이 파셨겠어요.

Posted by solleap
,
728x90

O는 이 책이 별로라고 했다. 너무나도 단순한 그림과 단순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던듯하다. 어떻게 이런 책이 그렇게나 많이 팔렸다는 거지? -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젊은 여성(그것도 4년제 대학을 졸업한)이 청소일을 한다는 게 낯설지 않은 한국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엄마가 직접 청소업체를 운영하고 계셔서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가가 만화에서 끊임없이 말하고 보여주고 있듯이 '벌이가 꽤 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전에 회사를 한 곳 다니다가 그만둔 뒤 재취업에 실패하고 이 일을 시작했다는 게 여느 사람과 다른 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진짜 다른 점은, "그럼에도 계속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한다.
작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매우 의식한다. 그 의식을 떨칠 수 없어서 쉽지 않아한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하는 일이 즐거워보인다는 게 참 멋있었다. 어머니의 반응들이 귀엽고 재미있기도 했고, 그런 약간의 긍정적이고 가벼운 마음, 실용적인 마음이 작가님에게도 있는 것 같아보였다.

O가 말한 것처럼 그림이 아주 예쁘거나 대단하진 않다. 그냥 연필로 쓱쓱 찍찍 그은 선으로 된 그림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 간단함이, 사람들과 상황을 잘 구분지어주어서 나는 깔끔하고 좋았다.
그리고 청소일을 하면서 겪었던 재미난 에피소드들, 이 아니라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님의 생각 - 내가 왜 청소일을 하게 됐는지, 청소일을 하면서 항상 하고 있는그 한 가지 생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기 어렵다, 그 시선은 어렵다, 나는 내가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어렵다, 하지만 생계유지에 꽤 괜찮다. 나는 계속한다. 계속한다 청소를, 그리고 그림 일을 - 이 책을 통해서 더욱.
이 일관된 생각이 이 책을 좋은 책으로 만든 것 같다.

Posted by solleap
,
728x90

책 뒷표지에 써있던 추천사를 보며 아! 했다. 너무 공감이 되어서였다. 명랑한 은둔자라는 제목이 작가 자신을 나타내는 말이었다는 게 너무 귀엽기도 하고 마음에 들기도 했다. 혼자 있고 싶고, 숨어있고 싶지만, 그렇다고 우울한 것이 아니고(물론 우울하기도 하다), 명랑한 기분이라는 것이 너무나 지금을 살아가는 내 또래, 내 주변의 여자사람에게 필요한 인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프기 전보다는 아프고 난 후의)내 모습이 투영되기도 했고.

책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에서 작가가 폐암으로 4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났다는 걸 보고 많이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오래 살아봤자 뭐해, 라는 말이 아니라 그녀는 인생을 충분히 잘 살다가 갔을 거라는 왠지 모를 믿음이 있어서 죽음이 슬프지 않게 느껴졌을 뿐이다.

짤막한 글들은 모두 90년대에 쓰인 것이었지만, 요즘의 우리가 하는 말과 생각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고 시대적 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왜 요즘 이런 얘기가 더 많이 나와야하는데 없을까? 라는 의문까지 들었다.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것도 사회에서 똑똑하고 엘리트로서 여겨질법한 여성이고 미국에서 백인이고 금발이며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을 가진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는 걸 사람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며 거식증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했던 저자의 경험은 드라마틱하거나 안타깝지는 않았다. 작가가 중독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대단하거나 중독에 빠져있을 때의 모습이 어떻다, 라는 것보다 그에서 벗어난 지금(글을 쓰던 시점)에 자신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상태로서 얻고자 했던 게 무엇이고 벗어날 수 있게 했던 생각은 무엇일까, 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잘 알아차렸다는 게 굉장히 멋있었다. 이러한 시선과 태도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전에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좋았다.
물론 나는 거식증이나 알코올 중독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자신을 끔찍하게 옥죈다고 여겨질 정도로 상황을 통제하려 들거나 자신을 압박하고 규칙 속에서 살아가려 하는 행동과 생각은 워낙 많이 했기에 쉽게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결혼하지 않았던 작가는 삶의 마지막에 가까워서는 남자친구와 함께 살긴 했지만, 강아지 한 마리를 돌보며 이웃들, 여자 친구들과 느슨하지만 속깊은 친구관계를 삶에서 이어갔다. 혼자서 계속 잘 살아가려면 친구들-나를 이해해주고, 내가 이해하는-과 가까이에 모여 살아야 한다는 생각과 말을 거의 매일 하는 요즘, 나는 이게 매우 부럽긴 했는데, 작가가 이 관계들로부터 엄청난 삶의 에너지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명랑한 '은둔자'였고, 이웃들에게서 파티에 오지도, 자기 집에 이웃을 초대하거나 담장을 사이에 두고 혹은 길에서 이웃과 수다를 떨지 않아 아니꼬운 눈길을 받는 사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성애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 집을 사는 것과 같이 정형화된 시간순서의 삶을 따라가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히 여기고 또 강요하기도 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명랑한' '은둔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우며 대단한 일인지 이해받기 어렵지만,
나, 그리고 나와 비슷한 경험이나 조건, 배경 등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 내 꿈은 명랑한 은둔자가 되는 것에 가까웠구나, 라고 분명 생각하리라 다. 자신과 환경을 통제하려 하고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려는 것. 내 주변에서 이런 생각과 태도를 가지는 친구들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해서 친구들에게도 매우매우, 나누고 싶었고, 우리가 이대로 은둔하며 살아가도 괜찮고, 충분히 휴식하고 나를 충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결과로서 우리가 서로 잘 지내고 안전해질 수 있다, 라는 자신감과 명랑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서.

Posted by solleap
,
728x90

대전의 한쪽가게에서 샀다. 사장님이 좋아하는 책이라서 이 책을 찾으니 반갑다고 말씀해주셔서 나도 기뻤다. 그 책을 사면서 몇 마디를 더 나눴고,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아졌다.

 

마이클식당 계정 때문에 나무님을 알게 됐다. 인스타에 올라오는 짧은 손그림 만화가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그의 무덤덤하지만 마음 속에 가득한 사랑과, 그 사랑에 뒤얽힌 상처가 보이고 느껴지는 것 같은 게 좋았다.

 

나무님은 어린이일 때가 가장 사랑이 많았던 때라고 말한다. 모두에게나 그럴까-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무님과 원일이는 정말 그랬을 것 같다. 어려움과 이해할 수 없음, 그로 인한 슬픔을 모두 견디고 지금 어른이 되느라고 사랑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그 사랑이 많았던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지 사랑 많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무조건 꽁꽁 싸매고 숨기고 파묻어 없애버린다. 어떤 사람은 상처를 마구 벌려놓고 크게 소리지르고 화를 낸다. 그런데 나무님은 상처를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 같았다. 방치가 아니라, 그냥 앞에 두고 이렇게 - 보고 있는 느낌. 그리고 누가 지나가면서 음? 하고 그 상처를 같이 보기도 하고, 보지도 않고 지나가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은 그 상처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겠지, 또 그러다 살짝 웃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가만가만 자신을 들여다보는 나무님을 정말 응원하고 싶어졌다.

'敖번 국도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0) 2024.07.31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0) 2024.07.31
[구의 증명] 최진영/은행나무  (1) 2024.07.20
1월부터 7월 13일까지 (3)  (7) 2024.07.13
1월부터 7월 13일까지 (2)  (0) 2024.07.13
Posted by solle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