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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노인.

제목만 얼핏 봐선 로맨스 소설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환경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호세 볼리바르는 원래 정글에 살던 사람이 아니었으나

아내와 결혼한 뒤 아마존 개발 붐에 밀려 이곳 저곳을 떠돌다 결국 정글에 정착하게 된 사람이다.

그의 아내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아내는 말라리아에 걸려 일찍 세상을 떠서 노인은 혼자가 된다.

혼자가 된 뒤 그는 우연히 아마존 밀림 속에 사는 원주민들과 조우하게 되고,

그들은 그를 정글 출신은 아니지만 정글의 사람으로 받아주고 함께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살쾡이에게 살해당한 백인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노인이 보니 그 백인이 어린 살쾡이 새끼들을 총으로 쏴 죽인 뒤 그 가죽을 벗기고,

아빠 살쾡이에게도 상처를 입혀 분노한 어미 살쾡이가 그를 덮인 것이었다.

화가 난 어미 살쾡이가 마을을 습격해서 더 많은 사상자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노인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 몇과 읍장이 어미 살쾡이를 붙잡으러 떠난다.

 

읍장은 도시에서 온 사람으로, 현대 문명인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마을 원주민들은 자연을 대변하고 있고,

노인은 원래 출신이 도시이지만 정글의 사람으로 그들 사이에 위치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읍장과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마을로 돌아가고, 노인만 남아 살쾡이와 대면하게 되는데,

결국엔 노인이 살쾡이를 죽이게 되지만,

이 사건의 발단이 된 백인의 경우처럼, 그는 살쾡이를 그 가죽을 얻기 위해서 죽인 것도 아니고,

사실은 자연이 두렵기 때문에 무력으로 그것을 정복해서 자연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받아내고자 하는

현대 문명 속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은 갖고있지 않다.

살쾡이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노인은 자연을 무작정 파괴하고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살쾡이와 맞서 이긴 것이고,

또 살쾡이 역시 그러한 대결을 원했다는 것을 충분히 마음으로 이해했다는 것이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리고, 죽은 살쾡이를 또 다른 인간들의 손에 더럽혀지지 않게 강물속으로 밀어넣어 가라앉고 떠내려가게 한 것도

마지막으로 자연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 배려라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자연을 보전하자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평범한 소설처럼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

노인이라는 한 인물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거지, 말 하나하나를 통해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이러해야한다. 라는 것을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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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내 상황이랑 정말 "똑같은" 상황을 얘기한 소설을 읽고 싶었다.

그런 소설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억지를 부려가며 그런 소설을 찾아 서가를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가 지나다니면서 여러 번 마주쳤었던 이 소설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내용일까 꺼내서 표지 안쪽을 살펴보는데, 정말 놀랐다.

내가 찾던 소설이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정리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좀 '읽고'싶었다.

 

시작될 즈음에 이런 트윗을 한 적이 있다.

진짜 '마음'이 아닌 것은 다 가짜.

그 마음이 진짜냐 가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머리로 만들어낸 생각-얼마든지 의식적으로 나를 속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닌

정말 '마음'이란 게 존재해서 그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냐가 중요한 거라는 얘기를 하고싶었던 거였다.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랑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얼핏 한 번만 읽으면 이 말 그냥 말장난처럼 느껴지겠지만, 아주아주 다른, 완전히 다른 얘기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 책의 제목에서, 마지막의 점 세 개가 물음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과장하지 않고,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점 세 개가 찍혀있는 게 눈에 들어와 책을 집게 된 것도 있으니까.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브람스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혹은, "당신은 브람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난 생각하고 싶어요."

자신없지만. 안 될 거라는 것, 해피엔딩은 아닐 거라는 것이 뻔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사랑해서.

 

이 제목 자체가 벌써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시작할 때 시작을 보지 않고 끝을 보는 바보같은 짓.

검은 천으로 마음을 둘둘 싸놓고 마음은 바깥을 절대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바보같은, 어리석은 짓을 비웃는 것.

 

이 책의 줄거리에서는 소소히 말할만한 게 있진 않다.

세 사람이 등장하고, 그들이 서로 다소 얽힌 관계로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은, 애초에 흘러가던 대로 흘러가서 끝난다.

 

마음은 속이려고 해도 속일 수가 없다.

다만, 내가 그 '마음'이라는 놈에게 신경을 안 쓸 수는 있다.

얼마든지 무뎌질 수 있다. 무뎌져서 그야말로 신경을 안 쓰는 상태가 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음이라는 게 사라지질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언젠간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거다.

신경쓰지 않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나중에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또, 그 마음의 상황에 알맞은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좀 더 어색해질 뿐이다.

내가 내가 아닌 기분. 그런 바보의 상태를 좀 더 오래 거쳐야 하게 되는 것.

남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스스로 바보라는 기분을 느껴야하는 게 값이 되는 거겠다.

 

여튼, 아닌 건 아닌거다. 좋은 게 좋은거다 가 아니라, 아닌 건 아닌거다.

그칠 줄을 아는 것. 知止.

앞으로 나아가는 것, 좋은 것, 이런 긍정적(으로 보이는?)인 것 말고, 우리가 흔히 부정적이라고 보는 것들이 사실 더 중요하고, 어려운 거다.

그것들을 잘 아는 것, 잘 하는 게 진짜 지혜인 것 같다.

 

아파하진 않을 거다.

아닌 걸 아니라고 깨닫는 데 이 정도 시간이면, 음. 그래. 그리 오래걸린 것도, 아까운 시간도 아닌 것 같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 책을 쓴 작가 프랑수아 사강은 그리 오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고(못했다고 해야하나 안했다고 해야하나) 이혼했다고 하는데,

"나는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들고, 그는 아침 7시에 일어나 말을 타러 간다."

그녀가 이혼의 이유로 한 말이라고 한다. 하- 정말 기가 찼다. 이 한마디면, 그야말로 '족하다'.

약간 비판적인 태도? 독립적인 분위기?

이 작가한테 풍기는 그 냄새가 뭔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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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5.12

思번 국도 2012. 5. 1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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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스무디킹에 가고 있었다.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이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른쪽편에서 빨간 전동휠체어를 타고

화장을 곱게하신 할머니가 다가오셨다.

할머니께서 나에게 길을 좀 묻겠다고 하시고, '늘푸른외과'였나..?

-이 상호를 스무디킹에서 학교로 다시 돌아올 땐 분명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요즘 잘 잊어버린다'라는 생각으로 둘러대고 말 수가 없다.

얼마나 무관심했으면 그 세 글자짜리 상호 하나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겠는가.

아직도 나는 '양심적인' 사람이기보다 '양심적인 체 하는'사람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약간 화가 난다.-

외과의 상호가 적힌 조그만 종이조각을 내미셨다.

대전 시민이 아닌 나는 그 상호를 처음 들어보았고, 어딘지 알지 못해서

대전 사람이 아니라서 모른다고, 죄송하다고했다.

그리고 신호가 바뀌어서 나는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다시 달렸는데,

 

나는 스마트폰이 있지 않은가?

스마트폰으로 그 상호를 검색하면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알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보고 할머니께 알려드릴 수 있었는데, 그 몇 분이 그렇게 급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뒤를 흘끗거렸지만, 그 뿐.

다시 할머니에게로 돌아가서 할머니와 길을 찾아드리진 않았다,.

이런 나는 겁쟁이였던걸까. ?

겁쟁이라기보단 게으른 이기주의자였다. 양심적인 체 하는 나르시스트.라고 하는 편이 더욱 맞지 않을까.

 

봄학기의 마지막 주가 되었고, '한문으로 읽는 동양고전'수업이 오늘 종강했는데,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들려주셨던 예화 하나가 떠올랐다.

누구였던가-이것도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강가의 다리를 건너는데, 한 노인이 자신의 신발이 물로 떨어져 그것을 주워다 달라고 하였다.

신발을 주워다드렸더니 노인은 신발을 신겨달라고 했고, 조금 기분이 언짢았지만, 어르신이니 그는 신발을 신겨드렸다.

그랬더니 노인은 이 사람의 됨됨이가 바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가르침을 주고 싶어졌다.

노인은 그에게 다음날 아침 그 자리로 나오라고 얘기를 하였고, 다음날 아침 일찍 그가 나갔는데,

노인이 이미 먼저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보다 어른을 만나는데 어른을 기다리게 하였다며 꾸짖었다.

이 일이 몇 번 더 반복된 뒤 아침에 나오라고 하였는데, 그는 전날 저녁부터 그곳에 나가 노인을 기다렸다.

그제서야 노인은 그에게 책을 한 권 주었는데, 그 책은 병법서였고, 그것을 읽고 그가 나중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는데,

(정말 누구였는지 무슨 병서였는지 기억이 안나네 ㅡ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꼭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것 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스스로 보여주고 싶어서

어떠한 척 하고 마는 것이라면, 그것만큼 나쁜 것이 없는데.

타인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자기 자신에게 먼저 가장 솔직해야하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데.

이러기가 쉽지 않기도 하지만, 게으름 때문에 노력 자체를 잘 하지 않는 게 문제다.

반성하고 반성하고, 반성한 뒤에 잊지 말고, 생각하고, 고칠 줄 아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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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황소웅 교수님의 '읽기와 토론 특강<인문>' 수업을 듣고, 마지막(이자 하나 뿐이었던)과제로 독후감을 썼다.

블로깅 평소에 하는 것에 비하면 양이 좀 많은 듯 싶지만! 그대로 업로드, 일단.


엄마를 부탁해는 다른 소설들에서는 보지 못했던 특이한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 처음 읽을 때는 대체 누가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투의 화자가 나온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지만, 지켜보고 있는 주체가 드러나질 않는다. 독특한 화자의 시선 때문에 소설의 내용 자체뿐 아니라, 그 화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좀 더 집중하게 되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생일을 맞이하여 엄마와 아빠가 서울에 사는 자식들을 찾아왔는데, 아빠가 서울역에서 엄마를 놓치게 되고, 잃어버린 엄마를 찾기 위해 가족들이 노력하는 이야기는 딱히 특별하거나 눈길을 끌 만한 소재는 아니다. 마지막에 가서 엄마를 극적으로 찾게 되는 것도 아니고, 엄마가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는 간접적인 암시를 주며 소설은 끝이 나는데,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그 사실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이 소설을 흥미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그 사건으로 인해 소설은 시작되지만, 실제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것과 엄마를 다시 찾기 위해 가족들이 애쓰는 과정이 아니라 엄마를 잃어버린 뒤 가족들이 엄마라는 존재에 관해 가지고 있던 기억들과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에 평소엔 생각하지 않고 지냈던 엄마에 대한 잊혀진 감정과 생각들이다.

실제로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뿐 아니라, 나 역시 엄마라는 존재는 당연히 항상 같은 자리에 있고, 내가 필요로 할 때마다 항상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느껴왔던 것 같다.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내가 필요로 할 때뿐 아니라, 굳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먼저 알고 날 보살펴준 사람이 바로 엄마이기 때문에. 하지만, 엄마 역시 엄마이기 전에 자신만의 꿈이 있고 인생이 있는 한 여자이다. 이 사실은 엄마가 나의 엄마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그런 엄마를 얼마나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인정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어렸을 땐 엄마의 관심과 간섭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면서, 조금 자란 뒤에는 내가 원하는 그 선보다 조금만 더 엄마가 나에게 간섭하려는 듯 하면 발끈 화를 내고, 내 인생에 엄마가 끼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아했다. 정말 이 책에 나온 인물들과 꼭 같이 엄마가 사실은 나의 것이 아니라 엄마는 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인데, 나의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귀찮아하고, ‘엄마는 몰라도 된다거나 엄마는 말 해줘도 몰라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중학교 때 국어 시간에 읽었던 한국현대단편소설 중 지금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소설이 기억난다. 아들이 아내와 함께 시골의 어머니 댁에 내려갔는데,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어머니 집도 지붕을 갈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갈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서 어머니와 아들이 실랑이를 했었다. 그리고 이 아들은 매 번 내려갈 때마다 오래 머무르지 않고 일 때문에 바빠서 항상 금방 돌아왔었는데, 그날 밤 따라 잠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들지 않는 것이었다. 어머니와 아내 역시 잠이 들지 않고, 둘이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는데, 어머니가 아들이 어렸을 때 있었던 얘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도시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아들을 보내준 뒤 역에서 집까지 털레털레 혼자 걸어오셨던 얘기, 세간살이를 다 팔았지만, 아들이 집에 돌아오는 날에는 이부자리며 문갑을 그것을 팔았던 집에서 다시 빌려와 아들이 편안하게 집에서 쉬다 갈 수 있도록 했었던 이야기를 해주는데, 잠든 척 하고 있던 아들 역시 이 이야기를 다 듣는다. 그는 어렸을 적 객지에 나가 학교를 다니며 지내고 성인이 된 뒤에도 홀로 도시에 살며 독립했기 때문에 자기는 어머니에게 어려서부터 받은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해왔다. 자신은 어머니에게 지고 있는 빚이 없으니 어머니를 보살펴드릴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그런 자신의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 소설을 읽었던 중학생 때 나는 한창 내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 엄마가 나에게 간섭하는 것에 잔뜩 불만을 품을 때였다. 그래서 어머니가 자신을 돌봐준 것을 하나의 빚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은 빚이 없다”, “어머니와 자신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밤중에 아내와 어머니의 대화를 들으며 어머니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내 존재의 이유가 되어주시고,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우린 절대 갚을 수 없는 을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 주인공의 모습이 마치 나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엄마를 부탁해>에서 보면 첫째 딸, 첫째 아들, 남편, 막내 딸의 이야기가 차례로 나온다. 이 중에서 나는 막내 딸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 막내 딸은 다른 자식들과는 달리 엄마가 그리 많은 간섭을 하지 않고, 가장 자유롭게 자랄 수 있게 한 자식이다. 그리고, 자식들이 다 자란 뒤 엄마에게 그들의 세상을 보여주고 공유하려고 했던 유일한 자식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다른 자식들처럼 어렸을 때 엄마에게 간섭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년기에 부모님이 나의 일에 대해 얼마나 간섭을 했느냐와는 상관 없이 나를 태어나게 하고 지금까지 자랄 수 있게 해준 것이 부모님이라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사실이다. 이 사실 때문에 나라는 사람과,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이 지금 여기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부모님께 한없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실 이 점은 네 사람의 이야기 모두에서 느끼게 된 생각이지만, 내가 특히 막내 딸의 이야기를 읽을 때 가장 마음 아팠던 이유는, 네 명의 가족들 중 막내 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가장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엄마는 내가 기숙사 생활이 3년째인데도, 대학에 와서 기숙사에 짐을 옮긴 뒤 나를 두고 집에 가시며 펑펑 우셨다고 한다. 나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하고, 부모님과 떨어져서 사는 것이 독립적인 것이고 자랑스럽다고 느꼈지만, 엄마에게 난 아직까지도가 아니라 평생 동안 지켜봐야 하고, 눈 앞에 두고 싶은 엄마의 아이인 것이다. , 엄마에게 난 아직 어린아이이지만, 그래도 다 큰 자식이기 때문에 나와 멀어지지 않고 계속 가까이 있으려고, 나를 이해하고자 하신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하는 것들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엄마가 어렸을 때와는 달라진 지금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하신다. 이 책에서 엄마가 막내의 손을 잡고 장례행진에 갔을 때, 무엇인지 굳이 그걸 이해하지 못했지만 딸과 함께,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그 아이의 세상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중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내가 대학생이 된 뒤에 엄마가 나랑 둘이 어디에든 놀러 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몇 번 있다. 1학년 때는 대학생이니까 이제 나도 독립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과 그러니 집에서 좀 더 벗어나고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에 엄마의 이런 말을 못 들은 척 넘어갔는데, 그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너무 어렸던 것 같고,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독립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엄마(혹은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떨어져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것은 가족들에게 바라고 기대만 해서 상처받고 벗어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더 챙겨주고 사랑하면서도 서로의 독립된 인생을 이해하고 지켜주고, 또 지지해줄 수 있는 관계로 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내 인생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엄마가 나에게 엄마의 세상을 보여줬듯, 새롭게 생겨난 나의 세상을 엄마에게 보여줄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꼭 엄마와 함께 가까운 근교에라도 나가서 엄마와 맛있는 것도 먹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천천히 오랫동안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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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일

日번 국도 2012. 5. 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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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차부터 12일차까지

캐리비안 웨이 - 블루베리 향이 느껴지는 상큼보단 달콤한 스무디였다.

바나나 인 베리 - 바나나가 들어간 스무디는 그냥 내 인식 때문에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뭔가 다른 스무디들-베리만 들어간 에 비하면 더 포만감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좀 답답할 수도 있는 바나나 스무딘데 베리가 같이 들어가서 상콤하고 약간 가벼운 느낌이었다.

망고 페스티벌 - 정말 망고망고하다 :) ㅋㅋㅋ

키위 스트로베리 브리즈 - 키위 들어간 스무디는 진짜 뭔가 개운하다. 상큼한 맛이 정말 강하면서도 약간 달콤한 뒷맛이 느껴진다.

바나나아일랜드 - 이날 베리베리랩을 같이 먹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이거 포만감 진짜 엄청나다!
솔직히 다른 스무디들은 라지를 마셨어도 물이 많은 것 같고, 별로 그렇게 포만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 날 자전거로 왕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나나 아일랜드는 정말 엄청난 포만감을 주었다!

제주 그린티 - 역시 포만감이 꽤 되었지만, 바나나 아일랜드를 절대 따라갈 순 없음 ㅋ_ㅋ
좀 많이 달지 않았나 하는 느낌도 조금 들었다. 달콤~한 인스턴트 녹차라떼 느낌이 첫 입에 살짝 났달까,

아.. 지난 1주일동안은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뭔가 퀴즈랑 그 동안 쌓여서 엉켜버린 일정을 정리해야했는데 아직 체력도 정신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서 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자기 전에 누워서 간단하게 하던 복근운동조차 하지 못하고 - 사실 내가 자는지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ㅠ_ 눈뜨면 어느새 난 침대에 있었고 기억은 나지 않고..

자전거도 매일 타다가 한 3일 연달아 쉰 뒤 타려고 하니 다리도 묵직해지고, 사실 재보니 속도는 절대 느려지지 않았는데 몸이 뭉친 듯 무거웠고, 목요일밤에는 술까지 마셨... (엉엉)

몸무게는 집에 가서 금요일에 재 보았더니 46.5kg 정도로 변화는 없었지만,

내가 느끼기에 복부에 근육선이 사라진듯함 ㅠ_ㅠ 흙흙 애초에 운동으로 잡힌 몸은 아니었기에 단기간에 살짝 잡힌 선은 또 쉽게 훅가는구나...

그리고 먹는 양이 급! 감소했더니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며칠 훅훅 쉬긴 했지만, 자전거 탔던 덕분인지 기초체력은 좀 나아진 듯 하다.(일주일 정도 지나면서 회복된 것 때문일 수도 있고.)

이유없이 꾸벅꾸벅 졸거나 걸어다니면서도 몸이 힘들었던 그런 증상은 사라졌다.

벌써 12일차! 21일 중 12일 지났으니, 9일남았구나. 일주일 조금 더 이고, 다음 주.. 기말고사.. 종강(!!)

시간이 엄청 빠르당! 망가지는 건 순식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라고 하지만 비가 와서 또 자전거를 못 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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