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 시작!

思번 국도 2012. 6. 1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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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서울대 행동생태학연구실에서 인턴십을 한다.

인턴십이라고 말은 하지만, 기업체 인턴십같이 그런 것이 아니구, 우리학교에서 개별/졸업연구와 같다고 보면 된다.

지지난주에 가서 교수님 뵙고, 어떤 프로젝트가 있는지, 내가 어떤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간단한 설명은 들었는데, 그 날이 랩 대청소 하는 날이기도 하고 엄청 정신이 없었다.

랩 분위기도 엄청 자유롭고 그냥 알아서 할 것 하는 그런 식인 것 같다 ㅋㅋ 출퇴근 시간 같은 것도 딱히 없음 ㅋ_ㅋ

아침에 어느 정도에 가야될 지 잘 모르겠기도 하고 9시에서 9시 반 사이 도착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아침에 준비 늦게해서 예정보다 조금 늦게 나가서 좀 조마조마하며 갔다.

그래도 9시 16분 도착~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사님 한 분만 와계셨다 ㅋㅋㅋ(오다행 ㅋㅋ)

오늘은 하루 종~일 비디오분석하는데, 30분짜리 비디오 하나 분석하는데 1시간 넘게 걸린다.. ㅋㅋ

내가 하는 속도가 어느정도인지 궁금하다.

점심에는 석사분 두 분도 출근하셔서 같이 점심먹으러 가고!

석사분이 밥도 사주시고 커피도 사주셨는데 흐억 ㅠ_ㅠ 하루종일 나도 모르게 또 긴장하고 있었나보다

끝나고 짐싸고 안녕히계세요~ 인사하고 급히 나오고 보니 헉......

그 커피잔 책상위에 그냥 두고 나왔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본의아니게 쓰레기투척했음 ㅠ_ㅠ_ㅠ_ㅠ 못보시고 다들 얼른 퇴근하셨길ㅠㅠ

낼 아침엔 조금 더 일찍 나가서... ㅋㅋㅋㅋㅋㅋ 빨리 커피잔을 버리고 시작해야겠다 ㅠ_ㅠ_ㅠ_ㅠ 흐엉헝

아직 오늘 첫날이기도 하고..뭐 아는 것도 없고 아직 적응도 못했지만 비디오도 나름 흥미있는 것 같다 ㅋㅋ

랩 분들도 다 좋고 :)

갔다오니까 뭔가 배도 엄청고프고 굉장히 피곤하지만..

오늘 그래도 좋은 날이다. 왜냐하면,

집에 올 때 버스 내려서 아파트단지 들어섰는데, 어떤 할머니가 생수 페트병 3개를 2개는 검은비닐에 넣어 머리에 이고 하나는 또 비닐에 담아 손에 들고 가고 계신거다.

그래서 몇 동 가시냐고 여쭤보니 우리집 바로 윗윗동이시길래 들어드린다고 했다.

두개짜리 들어드린다고 했더니 무겁다며 한사코 하나를 주셨다.

그래서 그거라도 들고 같이 내려가는데, 바람이 그래도 시원하게 불어 좋았다.

할머니네 동 현관까지 올라가려고 했는데 계속 괜찮다고 하셔서 그 동 현관앞에 휘어진 오르막이었는데, 중간쯤까지만 들어드렸다.

할머니는 진짜 무겁지만 ㅠ_ㅠ 내가 들면 그거 진짜 하나도 안무겁고, 얼마 거리도 안 갔는데

할머니는 막 학생 이렇게 착해서 어떡하냐고 하시고 너무 고맙다고 하시고.. 어쨌든  그래서 기분이 좋아서 자꾸 웃으면서 집까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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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되어 보게 된 영화다.

사실, 전반적인 영화의 줄거리에서 특별하거나 놀랄만한 이야기는 없다.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부모의 이혼으로 보육원 생활을 하는 아이인 시릴. 그리고 역시 우리 주변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미용사인 사만다.

그리고 그 둘이 우연히 만나고,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 서로 사랑하고 보살피며 지내게 되는 것.

하지만 이 영화가 이처럼 다분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게 만들었던 것은,

주인공 시릴에게 일어나는 미미한 변화(혹은, 토마 도레의 미미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릴 역을 맡았던 토마 도레가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연기한 캐릭터나 영화의 성격, 장르는 완전히 다르긴 해도, 연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잘 해서 프라이멀 피어가 데뷔작이었다던 에드워드 노튼의 이야기가 떠오르기까지 했다.)

시릴이 자신 안에 얹혀있던, 자기 자신이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던 상처와 감정들을 풀어나가는 과정.

외부에서 일부러 어떤 자극을 주어 그것들을 풀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에게만 어떤 특별한 환경이 주어져서 특별한 계기로 인해 그것들이 풀리게 된 것도 아니다.

사실, 시릴의 상처가 해결된 과정도 보통의 어린아이가 성장해나가는 과정과 다름없는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시릴'이라는 아이가 갖고 있던 상처가 일반적인, 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던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인 시릴은 정말 어린 꼬마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어떤 상처가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는 아빠를 사랑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빠와 함께하고 싶어할 뿐이다.

그에게 있어 자전거는 아빠와 함께 지내던 그 시절의 시릴 자신을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인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자전거타기 그 자체나, 성능이 좋은 새 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리워하고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그 때에 그와 함께했던 물건인 그 자전거를 잃고싶어하지 않아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무리 사만다가 그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어도, 시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그가 그리워해오던 과거 하나 뿐이고,

빼앗긴 그 과거의 기억에 대해 보상받기 전에는 그 어떤 사랑과 관심도 그의 주의를 끌어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시릴은 그 자전거 때문에 별로 질이 좋지 않은 친구를 알게되고, 좋지 않은 사건에 가담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그가 피해를 입혔던 부자(父子)에게 시릴은 '용서'라는 것을 받게 된다.

사실 그 아들의 경우 시릴을 용서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 갈등과정에서 시릴 역시 다른 사람을 용서'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되고,

용서를 주고받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 상처로 남아있던 과거에 대한 기억들을 스스로 용서하게 된다.

 

이 영화를 만든 다르덴 형제가 영화 전반에 걸쳐 계속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던 노래를 직접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처음에는 음악이 앞부분만 나오다가, 시릴이 나무에서 떨어져 기절했다가 깨어난 뒤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에서는 끝까지 흘러나온다.

앞부분만 계속 반복적으로 흘러나와서 미스테리한 느낌을 더 고조시켰던 이 음악이 끝까지 흘러나오는 순간,

뭔가 머릿속에서 의아한 기분이 들던 것이 뻥-하고 뚫리는 기분이 들었고,

영화의 흐름에서도 시릴의 마음속에 엉켜있던 문제가 뻥-하고 해결되는 순간이었다고 생각됐다.

마지막 장면에서 시릴과 사만다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다가 둘이 자전거를 바꿔타는데,

영화의 시작부터 '자전거'라는 물건을 매개로 과거의 상처에 매달려있던 시릴에게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이 부분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떠올릴 수 있는 스토리였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미한 요소들 하나하나가 너무 섬세했다.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감정변화와 그로 인해 나타나는 행동의 변화들,

그런 것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이 영화에게 '주변에서 절대 흔히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을 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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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는 괴테가 쓴 것 외에도 클라우스 만, 토마스 만, 오스카 와일드, 그리고 크리스토퍼 말로 등 여러 작가에 의해 작품화 되었다고 한다.

파우스트는 연금술사이자 마술사로 알려졌던 파우스트라는 인물이 악마와 계약을 맺는 전설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라고 한다. (wikipedia)


글마다 그 결론이 조금씩 다 다르다고 하는데, 괴테의 파우스트의 경우는

마지막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계약에 따라 가져가려고 할 때,

하늘의 천사들이 내려와 그의 영혼을 보호하며 천국으로 데려가며 끝이 난다.


다른 작가의 파우스트를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괴테가 쓴 파우스트의 경우는

파우스트라는 인물도 악마인 메피스토텔레스도 굉장히 고고하고 높은 학식을 가진 인물로 나온다.

내가 느끼기에 괴테는 파우스트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종교적, 학문적인 신념을

다양한 장면에서 다양한 비유를 들어가며 풍자적으로 얘기한 것 같았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자신의 평생에 걸쳐서 완성해냈다고 하는데,

파우스트 전설 자체가 단순한 내용이 아니기도 하지만,

괴테가 이 글을 오랜 기간에 걸쳐 쓰면서 의도한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사상을 모두 녹여내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읽은 파우스트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이었는데, 이 책의 역자인 정서웅씨가

각 장면에서 괴테가 상징적으로 등장시킨 등장인물들이 있으면 그것을 주에 따로 해석해두어서 이해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나는 희곡을 잘 읽지 못한다. 뭔가 등장인물의 이름과 뒤섞여있는 그 글 덩어리가 내가 글을 읽을 때 집중하고 그 안에 빠져드는 것을 방해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그렇지만, 장면이 전환되거나 배경 설명같은, 이야기를 제외한 모든 기타 요소들이 내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방해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좀 아이러니한 상황이고, 개인적으로는 바보같아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처음 파우스트를 읽으려고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집어들었을 때까지 나는 괴테의 파우스트가 희곡인 줄을 모르고 있었다. ㅋㅋ

책을 집어서 펼쳤는데, 희곡인 것을 보고 응? 이거 뭐야?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ㅋㅋ

하지만, 읽어보고 싶었어서 희곡 읽는 연습도 하는 셈 치자 하고 읽어보았는데,

희곡인 것에 더해, 워낙 오래된 책이다 보니 말투, 문체 등 모든 것들이 요즘 같지 않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빠르게 읽어나갔다.

책의 길이 자체도 짧지 않은데다,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 굉장히 많았는데도 전체적으로 흐름이 통일된 느낌이 있었서였던 것 같다.


파우스트를 읽기 전에 내가 간단히 알고 있던 내용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서 신의 영역까지 깨우치고 싶었던 파우스트 박사의 지식에의 욕구 때문에

그가 결국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빼앗기게 되고 타락하는 내용이었는데,

괴테의 파우스트를 실제로 읽어보니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조금 충격적이었다.

정말 욕망만을 추구하고, 파우스트 박사를 타락시켜 그의 영혼을 빼앗기 위해 애쓰는 악한 모습이 아니라,

솔직하고 정당하게 거래한다는 인상을 주었고, 또, 지식수준도 높게 보였다.

내가 파우스트를 읽으면서 메피스토펠레스는 너무 '고전적'이라고 트윗을 한 적이 있는데,

선비같은 그런 이미지의 의미로써, 메피스토펠레스는 너무 고전적인. 말 그대로 "Classical Devil"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 자체가 나이가 많아서, 악마이지만, '지혜로운 노인'악마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고,

특히 1부가 끝나고 파우스트의 서재로 잠시 다시 돌아왔을 때, 학생에게 하는 이 말에서는 정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은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리고, 전반적으로 '존재의 의무'에 대한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내가 배경지식이 많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괴테는 우리가 존재하는 것 그 자체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존재하는 것 자체에 의무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메시지를 무척 많이 받았다.

그리고, (특히 천사들에게서) 자신의 영역이 아닌 것엔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는데,

이 말을 읽으며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에도 인생이 너무 짧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파우스트의 영혼이 천사들에 의해 구제받는 장면,

그리고 그 때 악마들이 천사들의 노래로 인해 고통받고, 그 노래에 홀리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괴테가 이 책을 통틀어 하고자 했던 가장 중심이 되는 메시지가 이 마지막 장면에 담긴 것 같았다.

인간의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그 무게를 의미있게 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노력해야 하는지.

인간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넘어설 수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지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추구의 과정 중에 목표삼은 것이 고고하고 정말로 의미있는, 큰 것이어야 한다는 것.

욕망하는 것 자체를 비난한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못했다.

파우스트 박사의 경우 욕망 그 자체를 바랐던 게 아니라 지식을 바라는 과정 중에 욕망을 성취했을 뿐이라고 보였다.

즉, 목표하는 것이 무엇이냐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지,

그 과정 중의 소소한 것들이 하나하나 문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고하고 의미있는, 선(善)의 목표가 있다면,  우리는 항상 선에 발담그고 있을 수 있고,

또, 그러하면, 신에게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

파우스트라는 인물을 통해 나는 괴테가 생각한 '마지막 날 신에게 구제받을 인간상'에 대해 조금은 이해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메피스토펠레스 역시, 악마이지만, 이 책 안에서 그의 역할은

인간적인, 너무도 현실적인, 그리고 '지혜로운 늙은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역시 느끼고 배울 점이 많았다.

도덕부터 종교, 사회, 정치를 통틀어 바람직한 인간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와 자세, 생각하는 방식까지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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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같기도 하고, 시집 같기도 한 책.

고도원의 아침편지 플래너에 실려있는 글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해서 보았다.

조금 거친 듯한. 덜 다음어진 듯한 말귀(?)들.

사랑에 빠진 벙어리 소녀의 마음을 뚝뚝 끊어지는 듯한 말투로 적은 시.

원서 제목은 a gorgeous sense of hope이라고 한다.(분홍주의보 라는 제목은 역자가 붙인 것이라고 말미에 쓰여있다.)

 

아마 네가 사라지면 실이 엉키는 악몽을 다시 꾸게 될 거야

겨우 잠들었는데 / 가슴 속에 다른 사람의 심장이 있는 것 같아서 눈을 뜨고 물었다 / '심장아 아직 거기 있는 거 맞지? 이사 가버린 건 아니지?

응 하지만 네가 숨겨둔 말을 내가 보관하고 있기가 너무 힘들어 / 그래서 널 떠날까 생각중이야......

하지만 나는 네 곁에서 지금 아무것도 아닌거야......

이 세상에 말로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아 / 하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지 / 내가 출석하지 않는 삶은 수업을 시작하지 않을 거야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에게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 가만히 그의 '곁'이 되주면 돼 /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곁'은 든든하니까......

 

이 글귀는 아침편지 플래너에 있던 그 글귀다.

나는 당신을 보고 있어요 / 내 눈이 지금 당신의 눈을 건너가고 있어요 / 네 머리칼의 비누 냄새를 기억해. 어둠 속에서 네 손가락 옆에 살며시 대어보던 내 손가락 길이를 기억해. 우리가 첫 눈에 밟고 찍어두었던 발자국들이 몰래 하늘로 날아가던 밤을

이 글이 담긴 페이지가 4월 마지막주였다.

마지막 칸에 내가 연필로 이렇게 써두었다ㅡ

"지금, 난, '버티고' 있는 것일까"

내 머리칼에서 샴푸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게 샴푸 냄새였던, 에센스의 라벤더 향이었던, 컬링 로션의 잔향이었던, 아님 목덜미로부터 시작된 바디밤의 모링가 향이였든ㅡ

난 알 수 없다. 그리고, 알았다 하더라도 향이란 건 원래 이해시킨다거나 설명한다거나 할 수 없는 그런 오묘한 것 아니었던가.

다시 생각해도 바보같았다. 하지만,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다..

하나가 더.

거기다, 손가락의 길이를 살며시 대어보았다니.

이게 무슨 우연도 우연도 우연도 지칠 정도로 우연인가 말이다.

하.. 나로 하여금 처음 '낭만적'이라는 말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었던 순간이었다. 진심으로.

 

문체도 그림체도 좀 너무 거칠어서 페이지도 조심성 없게 넘어갔고 그랬지만,

왠지 이 세상에서(그것도 생각보다 나와 가까운 거리에서), 나 말고 딱 한 사람이 더, 같은 책을 같은 책장에서 꺼내 같은 자리에서(이것까진 아니더라도..), 어쩜 매우 비슷한 자세로 읽으면서 같은 순간을 떠올리며 같은 느낌과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그런 바보같은 생각.
한 번 쯤은 해도 되잖아 뭐, 어때. 이게 바로 '아님말고정신'인가 싶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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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에서.

제목에서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시놉시스를 보고 뭐지?! 싶으면서 너무 궁금했다.

우리가 흔히 큰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랑은 아주아주 달랐고, 처음이라서 더 웃음이 나왔던 것 같다 ㅋㅋ

하얀 바탕에 파란색 크레용으로 막 쓴 듯한 크레딧부터 큭큭

출연한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재밌었다 ㅋㅋ

특히나 정유미씨의 외국인 앞에서 수줍어하는 연기는

외국인 교수님 랩에서 연구할 때 교수님이 hi하고 인사만 해도 수줍수줍하면 웃던 내가 떠올라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ㅋㅋ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서 같지만,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만들어가는 같은 사람들.

안느가 갈림길에 서는 장면이 세 번 나오는데, 난 마지막에 안느가 뒤돌아가지나 않을까 하며

마음이 막 졸이기도 했다.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막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얘기인걸까? 싶기도 했고,

뭔가 독립영화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던 것인지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있는걸까 하는 시선으로 봤는데,

보는 내내 그냥 "하 너무 웃긴다", 그 뿐이었다. ㅋㅋ

진짜 웃긴다. 유쾌하고, 덤덤한데 아주 단단하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재밌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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